(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의 '버티기' 심리가 내년에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세 인상이 예고됐음에도 자산가들은 추가 매도를 꺼리면서 매물 잠김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대체 주거지 부재, 문재인 정부 시절 '보유세 폭탄'을 견뎌 시세차익을 얻은 경험 등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69%)와 동일하지만 올해 아파트값 급등분이 반영돼 내년 서울 주요 아파트 보유세는 최대 45%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초구 반포자이 84㎡의 보유세가 올해 1275만 원에서 내년 1790만 원으로 약 40%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역시 올해 700만 원대에서 내년 1005만 원으로 43%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세금 부담보다 향후 시세 상승폭이 더 클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고, 부동산 보유의 기회비용보다 장기적인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평가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억대 보유세를 낸 집주인들도 결국 이익을 얻었다"며 "세금 부담이 큰 다주택자는 이미 다 정리했고, 현재 남은 자산가들은 시장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공급부족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600가구로 역대 최저다. 신규 공급 감소와 입주 절벽이 집값 기대 심리와 '버티기'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 설문조사에서는 2026년 상반기 집값 상승 전망이 절반을 넘은 52%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공급 감소, 규제 강화, 금리 인하 기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2로,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이다. 이 수치는 2020년 말~2021년 초 집값 급등기와 맞먹는 수준으로, 시장에는 다시 강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갈아타기 시장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도 강남권 버티기 심리를 강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규제 영향으로 대체 주거지 확보가 쉽지 않고, 서울 주요 아파트값이 동반 상승해 체감 차익도 적은 상황이다. 완화된 금리 환경까지 자금 부담을 줄이며 보유세 인상 충격을 일부 상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자산가들이 집을 팔지 않으려 해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며 "연초 대비 갈아타기, 현금화 목적의 매도 문의도 확연히 감소했고, 규제 이후 현장 분위기 역시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거래 활성화와 매물 출회를 촉진하려면 양도세, 거래세 완화 등 정부의 추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상적인 가격은 거래자 간 협의를 통해 형성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매물이 거의 없고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자 우위가 가격을 결정한다"며 "양도세와 거래세 부담을 낮춰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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