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5000건을 돌파하며,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 이전에 매수하려는 '패닉 바잉'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강남3구보다는 마포·용산·성동(마·용·성) 등 한강벨트 지역으로 매수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10일 신고 기준·계약해제 제외)은 511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직후 크게 줄었다. 지난 6월 1만 1024건에서 규제 발표 이후 7월 4039건으로 반토막이 났고, 8월에도 4195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살아난 매수세로 5000건을 가뿐히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달 3058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계약일 기준 30일 이내에 이뤄지므로, 9월 전체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량 급증의 배경으로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을 꼽는다. 서울 집값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발표 이후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추가 대출 규제로 자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추가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9·7 공급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특정 지역의 과열 시 언제든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암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추가 규제 이전에 미리 매수하려는 불안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며 "장기 실거주 목적의 수요 역시 고강도 대책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 매수는 강남3구보단 한강벨트에 속한 마·용·성에 집중됐다. 마·용·성 거래량은 7월 347건에서 9월 699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3구는 885건에서 337건으로 감소했다.
마·용·성은 한강 변과 인접한 입지에다가 도심 접근성이 우수하다. 이미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강남3구 대신 마·용·성을 차선책으로 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 쪽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란 해석이다.
매매가격 상승률 역시 뚜렷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마포구 아파트 3.3㎡당 시세는 6월 4653만 원에서 9월 4798만 원으로 3.1% 올랐다. 같은 기간 용산구와 성동구의 상승률은 각각 2.7%, 3.7%다. 강남구(2.7%)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고가 거래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의 전용 84㎡는 지난달 26억 5000만 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직전 거래액보다 3억 원 비싼 최고가 거래였다.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최고가인 22억 5000만 원에 계약됐다.
부동산 업계는 마·용·성이 추가 규제가 필요한 지역으로 거론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신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을 선제적으로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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