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과 전우 챙기는 北, 5월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우군 다지기'

中 외교부장, 6년 만에 방북…미중 회담 전 고위급 소통
북한, 이달 '쿠르스크 해방 1주년' 맞아 러시아와도 밀착

본문 이미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6.4.9 ⓒ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6.4.9 ⓒ 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5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미 접촉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강대국들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혹시 모를 미국과의 대화 국면 전개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9일 나온다.

북한과 중국은 전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 외무성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이틀간 방북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이 북한을 찾는 건 2019년 9월 이후 약 6년 7개월 만이다. 그는 우선 평양에서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하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왕이 부장이 북한을 찾는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음 달 14∼15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양국이 전략적으로 긴밀한 소통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복잡한 국제 정세에 대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대화에 여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반도 문제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사전 조율을 거침으로써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가장 관심 갖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왕 부장은 김 총비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사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를 방문했을 때 김 총비서를 향해 '만나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김 총비서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북한은 최근 9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통해 '조건'만 맞는다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과 대화가 북한의 요구조건이다.

북한은 왕 부장의 방북을 통해 미국에게 북중관계의 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외교적 입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개인적 친분을 자랑하며 급진적인 만남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중·러 3각 연대에 기반한 '새로운 다극체제'를 지향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1:1 만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3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3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이달 중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진 러시아와의 밀착에도 계속 공을 들일 예정이다.

지난 3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을 기리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현장을 찾아 "4월 중순 이곳에 참전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는 의식을 엄숙히 거행하고,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준공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4월 27일 쿠르스크 작전이 종결됐다고 선언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중하순에 러시아 파병군 전사자 유해 안치식 및 위훈 기념관 준공식이 동시에, 혹은 연속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행사의 의미와 북러관계를 부각하기 위해 러시아 고위급 인사가 방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과거 4월의 최대 정치 행사였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15일)에는 다소 무관심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에 주력하는 모습은 그만큼 5월 미중 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북미 대화 가능성을 상당히 예의 주시하며 우군의 외교적 지지 및 사전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편 이날 오전 북한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가'(KN-23)에 집속탄을 탑재한 시험을 진행하고 전자기펄스(EMP)무기체계·탄소섬유모의탄(정전폭탄) 등 새로운 무기를 시험했다고 밝히며 국방력 과시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소식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리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는 이번 시험이 한국과 미국 등 외부를 겨냥한 존재감 과시 차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역시 한미를 향해 '강한 북한'을 상대해야 함을 주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북한이 공개한 무기는 한미 연합군의 첨단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비대칭 전략'의 핵심 수단들"이라며 "대외용 매체에만 보도했다는 것은 무력 과시를 통해 외교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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