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예방해 정부의 남북 화해 구상에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조계사에서 진우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남북을 평화 공존으로 이끄는 사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불교계가 큰 역할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005년 남북 합동으로 열린 금강산 신계사 합동법회를 회고하자 진우스님은 "그때만 해도 (남북이)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며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린 금강산에는 8만 9암자가 있을 정도로 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유네스코 등재가 됐으니 사찰하고 (교류를) 자연스럽게 연관시켜서 접근하면 북에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며 "내년쯤 조계사 위주로 공동법회를 연다든가, 사찰 관광 등을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그쪽에서도 (제안을) 받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북한에서 한국 정부하고 직접 소통하는 게 곤란하다면 우리를 통해서 하면 된다"라고도 언급했다.
진우스님은 "현실 정치나 현실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의 근본 내용이고, 이런 맥락에선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은 결론적으로 '내가 반만 가지면 된다'는 것"이라며 "반 이상 가지려면 빼앗아야 하니까, 서로가 선만 잘 지켜주면 된다"라고 남북관계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예방 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진우스님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공존하는 그런 철학을 강조하셨는데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윈윈, 서로 사는 길이 있는데 그동안 서로 죽는 길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서 서로 사는 길로 가는 것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종 장관은 이어 "청문회 때도 강조했듯 남북관계는 불일불이(不一不二),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라며 "하나가 아닌 것은 현실이지만 또 둘이 아닌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고 가치라는 점에서 원효대사의 자리이타의 가르침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군이 이날부터 대북 고정식 확성기 철거에 나선 데 대해 "대통령의 지시로 확성기 방송이 중지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철거 조치는 잘한 일"이라며 "(대북 확성기 철거는)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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