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최근 정부는 북한이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방사능 오염 폐수'를 유출하고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특별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남측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체적 접근이 어려운 '북한'이라는 체제와 '방사능'이라는 말이 겹치며 과학적 접근보다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방식의 여론이 형성된 사안 중 하나로 귀결된 셈이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연구위원은 지난 19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과 방사능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 조장은 지양해야 한다"라면서 "과학적인 수치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북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평산 우라늄 광산 방사능 폐수에 대한 일종의 '공포 여론'이 전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서해안에서의 방사선 수치를 검사한 결과가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지면서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공간 방사선 측정 기준을 준수하며 방사선원까지 잡아낼 수 있는 정밀 측정 기기를 사용해 정확하게 방사선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한 단체가 북한 폐수 영향이라면서 석모도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는 물도 아닌 육지 광물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지 광물이 평산 공장의 폐수로 오염이 됐다면 폐수가 육지까지 유입된 경로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탐색 없이 단순 숫자로만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는 공간 방사선 측정 기준에서 벗어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평산은 광산에서 우라늄을 캐 선광(選鑛)하고 산과 알칼리로 처리해 '옐로케이크'(우라늄 정광)를 만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광석의 우라늄 품위가 1% 이하로 알려져 최종 제품의 수백 배에 달하는 폐석이 쌓이며, 우라늄 대부분이 U238이고, 분열성이 높은 U235는 0.7%에 그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U235의 반감기가 7억 년이고 '자연 붕괴'는 투과력이 거의 없는 알파선 방출의 '알파 붕괴'로, 자체적으로는 방사능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붕괴생성물도 토륨231, 비스무트, 납 등"으로 "원자로나 원자탄에서 중성자 충돌 핵분열로 생성되는 높은 방사선이자 물에도 잘 녹는 세슘, 스트론튬 등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폐수가 나온 공장의 침전지는 광석에서 우라늄을 분리하고 남은 것을 저장하는 곳으로, 고체는 대부분 돌가루 등의 광석 찌꺼기일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이 연구위원은 "액체는 약간의 방사성 물질이 섞인 산과 알칼리 등이 섞인 물"이라면서 "이게 누출되어도 무거운 고체들은 가까운 곳에 대부분 가라앉고, 가벼운 고체와 액체가 멀리 우리 지역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그러니 산, 알칼리 폐수라면 모를까, '우라늄 폐수'라는 건 과학적으로는 어색한 말"이라면서 "이것도 내려오는 동안에 희석되어, 농도가 유의미한 수치 이하로 크게 줄어든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논란을 막기 위해선 추후 정부 조사에서는 암석 또는 지질과 관련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히 높은 방사능 수치만으로 그 원인을 무리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면서 "자연계에 방사성 물질이 상당히 많고, 이들이 내는 방사능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방사능을 방출하는 물질을 찾아 분석해야 그 근원지와 위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또 정부가 액체 시료뿐 아니라 접경지역에서의 광물이나 암석 등 시료에 대한 결과도 확실히 제시해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4일 북한 지역에서 유입되는 예성강 하구와 가장 가까운 강화도와 한강하구 등 총 10개 정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우라늄·방사성 세슘 등 방사성핵종 2종과 카드뮴·비소·수은·납·6가 크롬 등 중금속 5종을 분석해 이른바 '방사성 폐수'와 연관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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