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캐' 만난 손승연…뮤지컬 '헬스키친', 객석 전율시킨 160분

뮤지컬 '헬스키친' 리뷰

본문 이미지 - '앨리' 역의 손승연(에스앤코 제공)
'앨리' 역의 손승연(에스앤코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처음부터 끝까지 짜릿한 작품"이라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평이 결코 과하지 않았다. 명곡의 향연과 그루브 넘치는 안무, 가슴에 꽂히는 대사가 쉴 틈 없이 이어지며 160분간 객석을 달궜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헬스키친'(Hell's Kitchen)은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헬스키친'은 그래미 어워즈 17관왕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45)의 삶과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같은 해 토니상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한국 무대는 비영어권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이다.

헬스키친은 뉴욕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지역명이자 얼리샤 키스의 고향이다. 이 '알앤비(R&B) 여왕'은 이곳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동네"이자 "뜨거운 불꽃이 일렁이던 곳"으로 회상한다. 작품은 1990년대 헬스키친의 맨해튼 플라자를 배경으로, 18세 소녀 앨리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지난 25일 낮 공연에는 '앨리' 역의 손승연, 엄마 '저지' 역의 박혜나, 아버지 '데이비스' 역의 케이윌 등이 무대에 올랐다.

손승연의 퍼포먼스는 경이로웠다. 엄마의 과보호에 답답함을 느끼며 "숨이 막혀 벗어나고 싶다"고 쏟아낼 때나, "내 안에는 뭔가 있는데/ 뜨거운 외침이"라고 노래할 때는 질풍노도를 겪는 10대 그 자체였다. 반면 드러머 '넉' 앞에서는 첫사랑에 설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리듬감 넘치는 춤을 선보일 땐 그 흥이 객석까지 전염된 듯 관객들 몸을 절로 들썩이게 했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괴물 보컬'이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입증했다. "손승연의 인생캐(인생 캐릭터)"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본문 이미지 - 미국 브로드웨이 '헬스키친' 공연 모습.ⓒMarc J Franklin(에스앤코 제공)
미국 브로드웨이 '헬스키친' 공연 모습.ⓒMarc J Franklin(에스앤코 제공)

박혜나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딸을 홀로 키우며 투잡을 뛰는 '싱글맘'의 고단함부터, 삶의 전부인 딸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엄마,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사과하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풀어냈다. 손승연과의 '찰떡 모녀 호흡'은 물론, 엄마와 딸의 관계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한 데는 박혜나의 지분이 컸다. 특히 2막에서 부르는 '폰 잇 올'(Pawn It All)은 뮤지컬 덕후들 사이에서 그가 왜 '갓(god)혜나'로 불리는지 납득시킨다.

얼리샤 키스의 히트곡과 신곡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노 원'(No One),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걸 온 파이어'(Girl on Fire) 등이 극의 서사와 맞물려 적재적소에 울려 퍼진다. 특히 신곡 '만화경'(Kaleidoscope)이 나오는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마지막 넘버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는 뉴욕, 즉 '꿈의 무대'로 안내하는 초대장 같아 흥겨우면서도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쇼뮤지컬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스토리라인이 조금 단조롭다"라거나 "음향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울러 케이윌은 탄탄한 가창력에 비해 대사 전달이나 연기 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겨, 앞으로 연기적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할 듯싶다.

앨리 역은 손승연·김수하·박지원, 엄마 저지 역은 박혜나·최현선이 번갈아 맡는다. 뮤지컬 '헬스키친'은 오는 11월 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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