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은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독보적인 화제성을 자랑한다. 그 중심에는 서영재(32) PD가 있다. 2022년 2월 KBS교향악단에 입사한 그는 구독자 4000명 수준이던 채널을 4년 만에 22만 명 이상 규모로 성장시켰다. 이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궁예 레퀴엠', '강호동 협주곡', '김종민 협주곡' 등 클래식에 밈(meme)과 예능적 요소를 접목한 파격적인 콘텐츠는 조회 수 100만~200만 회를 넘기며 '클알못'(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평생 관심도 없을 채널을 구독했다", "수신료의 가치를 알려주는 영상" 같은 댓글이 달렸고, 젊은 세대를 공연장으로 이끄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래식 알림이' 서 PD는 최근 더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귀 열어, 클래식 들어간다'를 펴냈다. 그를 만나 유튜브 채널 성공 비결과 클래식의 매력, 그리고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명훈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의 모습 등에 대해 들어봤다.

▶공연사업팀 소속으로 유튜브 채널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 음향 작업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KBS교향악단에도 유튜브 채널은 있었지만 전담 인력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졌고, 2022년 관련 직무가 신설되면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출판사들의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러다 전문적인 이론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읽히면서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자 했다. 또 연주자와 교향악단 사무국 직원의 시각을 모두 경험한 만큼 차별화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한국에 산다고 한식만 먹지는 않는다. 일식, 중식,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전통 음식도 먹는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클래식은 패스트푸드라기보다는 '프랑스 코스 요리'처럼 긴 호흡으로 여유롭게 즐기는 음식에 가깝다. 중요한 건 새로운 맛에 겁먹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90분짜리 곡을 다 들으려면 당연히 힘들다. 하이라이트 부분 먼저 듣고, 좋으면 차츰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 들어 보고 맛이 있으면 즐기면 되고, 아니면 안 들어도 된다. 첫입이 어려울 뿐이다.
▶KBS교향악단이 방송교향악단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BS는 드라마와 예능 등 미디어 자원이 굉장히 풍부하다. 이런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물론 방송교향악단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는 보통 시에서 많이 운영하고, 시마다 지역 명소 등 고유의 자원이 있다. 만약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있었다면 한강 등 서울이라는 도시의 자원을 활용했을 것이다.
▶20~30대 남성이 가장 많다. 전체 구독자의 약 60%가 남성이다.
▶무척 뿌듯하다. 원래 트럼펫 연주자로 활동했는데, 늘 클래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하지만 연주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지금 이렇게 유튜브를 통해 클래식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서 PD는 경기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연주자 출신이다. 서울시향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에서 객원 연주자로 활동하며 협연 무대에도 올랐다. 클래식이 소수만 즐기는 장르로 인식되는 현실이 아쉬웠던 그는 한예종 재학 중이던 2018년 유튜브 채널 '알기쉬운 클래식 사전'을 개설했다. 쉽고 친근한 설명으로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며 구독자 18만여 명을 모았다.)

▶정명훈 선생님을 촬영할 때는 벌벌 떨리더라.(웃음). 존재감과 포스가 대단하다. 리허설에서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깊이가 느껴진다. 최근 오페라 '카르멘' 리허설 때는 총보의 빨간 표지를 들어 보이며 "이 작품은 빨간색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하셨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음악의 뿌리를 건드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 있는 음악 전공자들은 많지만, 클래식 시장이 좁아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시장 규모를 조금이라도 넓히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또 중요한 것은 클래식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지금 시대의 감성에 맞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클래식을 재미있는 취미로 곁에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KBS교향악단은 공영방송사 기반인 만큼 상업적 수익보다 공연 기록을 남기고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예전에는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나오면 다음 작업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압박을 많이 내려놓은 상태다. 100만 뷰를 달성하는 것보다 기획자로서 내가 의도한 바를 영상에 얼마나 잘 녹여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은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이면서도, 애호가와 마니아층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반에는 음식에 비유하는 등 친근한 방식으로 클래식의 매력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선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숨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았다. 특히 KBS교향악단만의 자원을 활용해 단원들의 생생한 경험과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냈다.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웃음)

jsy@news1.kr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낸 여러 저자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