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교수 "'낫 투데이'였지만…화학 분야 전체에 내 이름 알렸다는 게 보람"

클래리베이트 예측한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거론됐으나 불발
이덕환 명예교수 "유룡·박남규까지 3명의 노벨상 대기자가 있다"

본문 이미지 -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2020.10.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2020.10.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김승준 황덕현 기자 = "이번 일로 화학 분야 전체에 내 이름을 알렸다는 게 보람입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56)는 지난 7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현 교수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예측한 올해의 노벨 화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 가위와 게놈 편집 기법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52)와 제니퍼 A.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r·56)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현 교수는 "노벨상 반열에 들어간 것만 해도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올해는 받을 확률이 100% 없다고 보고 이날(7일) 강의를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낫 투데이(Not Today)를 틀어줬다"고도 말했다.

현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에 상을 받은 두 분은 언젠가 당연히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분들"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분 모두 2015년 클래리베이트에서 선정됐던 분들인 점을 감안하면 저한테도 (기회가) 올수도 있지 않겠나. 다만 나노입자 분야에서 노벨상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제 앞에 20년 선배들이 계시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2012년 IBS 단장이 되면서 원없이 자유롭게 연구했다. 사실 나는 '연구비 꽃길'을 걸은 사람"이라며 "그런 면에서 현 정부, 지난 정부들의 지원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현 교수는 이날 서울대에서 취재진과 만나서도 "대한민국에 저를 포함해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많이 생겼다"며 "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설립된지 100년이 더 넘었는데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연구가 지원된지 30년 만에 이처럼 위상이 올라간 것은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자의 창의성은 자유에서 나온다"며 "정부에서 도와준다면 저보다 더 뛰어난 후배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교수는 "올해로 연구를 23년째 하고 있는데, 이번에 노벨상 후보로 들어가며 선정된 2개의 논문은 나노입자 디자인과 합성 등을 다룬 초창기 논문"이라며 "향후 10년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큰 꿈"이라고 전했다.

현 교수는 '서울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인간성이다. 혼자서 잘나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부대낄 때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된 노벨 화학상 수상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현 교수의 수상이 불발됐지만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음 기회'가 살아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나노화학 분야는 굉장히 뜨거운 주제로, 현 교수는 아직 살아있는 후보"라며 현 교수와 함께 유룡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도 "여전히 수상 가능성이 있는 연구자들"이라고 평했다. 유 교수는 2014년, 박 교수는 2017년 각각 클래리베이트 화학 분야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세 명의 노벨상 대기자'를 갖게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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