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피지컬 AI(Physical AI) 강국' 목표는 글로벌 AI 패권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한국이 선점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한국은 피지컬 AI의 핵심인 '고품질 데이터', '반도체 인프라', '기계·제조기술' 3요소를 갖췄다.
핵심은 이 장점들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물리·제도적 인프라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전원(電原)과 데이터센터 △제도적 기반과 지원책 △안정적인 제조·운영 공급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오픈AI 합작으로 추진되는 미국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데이터센터 전용으로만 5~10GW(기가와트) 수준의 전력을 요한다. 한국의 2023년 최대전력(98.3GW)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운용하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초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한국 AI 산업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에너지를 꼽았다. 국내외 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것은 전력 공급 우려 때문이란 설명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 추가 수요는 올해 0.5GW(기가와트)에서 2027년 1.5GW, 2030년 2.3GW, 2036년 3.9GW, 2038년 4.4GW로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한국전력에 전기 사용 의사를 표시하는 '전기 사용신청'은 2027년 7343㎿(메가와트)로, 공급 가능 규모인 4718㎿를 훨씬 넘는다. 일부 필요 전력이 과다 신청됐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전력망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 등 대체에너지를 통해 전원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안전이 확보된 상태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해야 한다"며 "전력망 병목 현상과 전기요금 급등에 대비해 공급이 안정적인 저비용·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피지컬 AI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건립에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만드는 규제부터 완화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으로의 전력 수요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자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지방으로 데이터센터를 옮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부지 건설 규제와 전력 인허가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이주만 추진하다 보니 국내 기업의 제약이 상당한 상황이다. 지방은 인프라와 인력도 부족하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통합센터장은 "AI 데이터센터는 고전력·대규모 부지가 필요하다"며 "지방으로 옮기려면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와 비용 투자, 규제 완화 등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저작권 분쟁이 잇따르는 AI의 데이터 학습 범위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유용한 데이터를 확보했더라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월 22일 시행될 'AI 기본법'에도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를 규정한 구체적인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궁극적으로는 피지컬 AI라는 하나의 산업을 두고 제조·생산·유통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세계 1위 서버 제조사 폭스콘, 세계 1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조사 미디어텍 등 최정상급 공급망 파트너사와 함께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꾸리고 있다. 부품 조달부터 생산과 통합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모든 공급망을 자력으로 해결함과 동시에 수출도 확대할 수 있다. 이같은 밸류체인은 몇개 기업 연합만으로는 구축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병행된 국가적 사업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대기업이 단독으로 제조·생산·유통 전반의 주도권을 쥐고 밸류체인을 종속시키는 구조는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한국도 크고 작은 각각의 기업이 자생력을 갖고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공급망과 수출 판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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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피지컬 AI. 인공지능 로봇을 포함해 움직이는 AI를 뜻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피지컬 AI가 산업·생활 전반에 투입돼 경제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자동화 공장부터 신약개발, 건설 등 활용범위에 한계가 없다. 경부 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일궜듯 일하는 AI는 인구절벽·생산성 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유력한 해법이다. 제조업(몸체)·반도체(두뇌)·통신(신경망) 삼박자를 갖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2.0' 성공 공식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