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악순환이다. 노동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인구 감소까지 겹쳤다. 제조 및 IT 강국이었던 우리 경제 성장률은 매해 감소가 예상된다.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고민해야할 시기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 했다. AI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엔비디아의 대규모 그래픽저장장치(GPU) 공급 계획 덕에 길이 열렸다. 무엇보다 제조·IT 강국으로서 수십년간 축척한 학습 데이터와 높은 수준의 기술 인프라가 맞물리면 피지컬 AI 부문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BOK)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2026년 잠재성장률(2.0%) 중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은 0.7%포인트(p)에 그쳤다. 2001년~2005년 2.1%의 3분의 1 수준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등 직접 투입 요소 외에 경영혁신·기술개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노동력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의 생산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인구 절벽·고령화까지 겹치며 생산성 위기는 더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KDI는 현재 1%대인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엔 0%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성장 방정식이 필요한데 양자와 AI 등 여러 분야가 거론된다. 제조·산업 강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는 피지컬 AI가 꼽힌다.
피지컬 AI는 센서 등을 이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일을 할 수 있는 AI다. 쉽게 말해 AI 로봇을 생각하면 된다.
넓게 본다면 휴머노이드 로봇·드론·자율주행차, 로봇 파운데이션모델(RFM), 디지털 트윈, AI 제어 기술 등을 피지컬 AI로 본다.
피지컬 AI는 제조 강국인 우리의 강점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유망 분야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공정 생산성 개선을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 부문에 적용해 경제 페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파급력이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AI 후발 주자긴 하지만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엔비디아가 26만 개의 GPU를 공급하기로 약속하면서 세계 3위 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
또 세계 4위 제조 강국으로서 확보한 방대한 실물 데이터와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5G 통신망 등 피지컬 AI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우호적인 요인들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수십 년 간 축적한 데이터는 피지컬 AI에 필수적인 학습 자원이다. 이 때문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소프트웨어·AI 기술·제조업을 모두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지목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은 AI가 전체요소생산성(TFP) 수준을 △2035년 1.5% △2055년 3% △2075년 3.7% 각각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BMW 등 프론티어 기업들의 현장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한 제조 현장은 생산성은 30%~50% 개선하면서 불량률은 약 40% 줄였다.
피지컬 AI가 투입 대비 산출을 높여주는 만큼 경제 부침의 핵심 원인인 인구감소 및 생산성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부가 효과도 있다. AI 로봇 기반 스마트 팩토리는 인건비 비중 및 부담을 낮춰 생산거점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에든 생산거점을 지어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 특정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하드웨어(휴머노이드 로봇 등) 경제성까지 올라온다면 리쇼어링이 가속할 수 있다.
정부가 2030년 피지컬 AI 1위 국가 달성을 목표로 한 것도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성장·노동시장·교육·복지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하고도 큰 위기"라며 "AI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파고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강점을 기반으로 피지컬 AI를 선점한다면 AI 3대 강국 진입이 허황된 목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제조업 데이터와 반도체 기술,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한국형 피지컬 AI 모델'을 수출 상품화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설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모델도 시도 가능한 분야다.
유태준 한국피지컬AI 협회장(마음AI 대표)은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는 입지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1강으로 갈 수 있는 국가"라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GPU 등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빅테크 기업이 손을 내밀고 있다. 치고나가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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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피지컬 AI. 인공지능 로봇을 포함해 움직이는 AI를 뜻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피지컬 AI가 산업·생활 전반에 투입돼 경제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자동화 공장부터 신약개발, 건설 등 활용범위에 한계가 없다. 경부 고속도로가 한강의 기적을 일궜듯 일하는 AI는 인구절벽·생산성 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유력한 해법이다. 제조업(몸체)·반도체(두뇌)·통신(신경망) 삼박자를 갖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2.0' 성공 공식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