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외부 자기장이나 극저온 장치 없이도 전자의 양자적 특성인 스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새로운 자성 나노 나선구조를 고안, 이를 통해 스핀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김영근 고려대 교수 팀(제1 저자 전유상 박사, 정은진 연구원), 남기태 서울대 교수 팀 연구가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스핀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재료 기술(스핀트로닉스)은 비휘발성 메모리인 자성메모리(MRAM)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전기가 꺼져도 정보를 남길 수 있어, 차세대 정보 소자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금속 결정화 과정을 전기화학적으로 조절해 자성을 갖는 '카이랄 나선 구조'를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카이랄 유기분자(신코닌·신코니딘)를 도입해 나선이 원하는 방향으로 꼬이도록 유도했다. 무기물에서 매우 드문 성과다.
이후 이런 구조가 상온을 포함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스핀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나선 구조가 특정 스핀만 잘 통과시키며, 반대 방향은 막는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3차원 나노 나선 구조의 자체 회전성만으로 스핀을 선택적으로 걸러내고 이동시킬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혀냈다.
또 나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성 덕분에, 이 구조를 통과한 스핀은 상온에서도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연구팀은 물질의 '카이랄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나노 나선이 회전하는 자기장 속에서 스스로 전압(기전력)을 만들어내는 성질을 적용했다. 카이랄성은 분자구조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 서로 겹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김영근 교수는 "자성체는 그 자체로 전자의 스핀을 정렬하는 능력이 있다. 카이랄 구조에 의한 스핀 흐름 조절이 가능하다"며 "그동안 이론과 실험으로 보고된 카이랄 스핀트로닉스 원리를 보다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남기태 교수는 “유기물과 달리 금속의 경우, 나노 스케일에서 카이랄성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 난제였다"며 "분자를 이용한 나선의 꼬인 방향성을 제어한 최초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는 과기정통부 '국가반도체 연구실 지원 핵심 기술개발' 사업과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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