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건도 생존 문제"…집단소송 소급 논의에 스타트업, 투자 위축 우려

코스포 국회 토론회…소급 위험에 초기 투자·후속 조달 위축 우려
"이용자 늘수록 부담 커지는 설계…기업 방어권 고려해야"

본문 이미지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집단소송법 도입 따른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기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집단소송법 도입 따른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기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집단소송법 도입 논의에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위축 우려를 제기했다.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 적용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면 투자 단계에서 기업의 잠재 부담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본과 법무 인력이 부족한 초기 기업의 방어권과 대응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제도 도입 여부보다 적용 범위와 소급적용, 소송 허가 요건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집단소송법 도입으로 인한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코스포와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 주관했다.

발제를 맡은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집단소송제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옵트아웃(Opt-out) 방식과 전 분야 적용, 기한 없는 소급적용을 한꺼번에 담은 제정안의 조합이 벤처투자의 전제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옵트아웃은 피해자가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판결 효력이 미치는 방식이다. 소송에 직접 나서지 않은 피해자까지 구제할 수 있지만 기업이 대응해야 할 청구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은 손해배상청구 전반에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시행 전 발생한 사유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 변호사는 벤처기업의 평균 자산총계가 85억 원 수준이라며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에 1인당 배상 단가와 이용자 수를 곱하는 구조가 적용되면 잠재 배상액이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투자 전 실사로도 걸러낼 수 없는 소급 위험 앞에서는 벤처투자와 회수가 멈출 수밖에 없다"며 시행 이후 사건부터 적용하고 대상 분야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초기 투자 현장에서도 과거 사업 과정의 소송 위험을 실사로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면 시드 등 초기 단계 투자 심사가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 스타트업의 부담도 거론됐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잠재 배상 규모가 커지는 구조에서는 보험 가입과 후속 투자 유치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지영 코스포 대표는 "스타트업계도 피해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전담 변호사 한 명 두기 어려운 스타트업에게는 단 한 건의 집단소송이 곧 생존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제도 설계를 국회가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적용 분야를 정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재판 허가 요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기업과 투자자가 감당할 소송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더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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