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넘어 업무 AI로"…제논, 컴퓨터유즈 '훈민 VLM 397B' 오픈소스 공개

화면 인식부터 운영체제·앱 조작까지…컴퓨터 유즈 후학습 기술 적용
OSWorld 70.5점·한국어 성능…'액셔너블 AI' 실무 투입 가능성

본문 이미지 - 제논 훈민(Hunmin) VLM 397B 공개(제논 제공)
제논 훈민(Hunmin) VLM 397B 공개(제논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설루션 기업 제논(0158J0)이 화면을 이해하고 직접 컴퓨터를 조작하는 대규모 비전언어모델(VLM) '훈민 VLM 397B'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생성형 AI 경쟁의 초점이 단순 질의응답과 콘텐츠 생성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 화면을 인식하고 과업을 끝까지 수행하는 '실행형 AI'로 이동하는 흐름을 겨냥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논의 훈민 VLM 397B는 397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공개 모델 'Qwen3.5-397B'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화면 속 버튼·입력창·메뉴·아이콘 등 조작 대상을 찾는 그라운딩부터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며 주어진 과업을 처리하는 실행 능력까지 고도화했다.

그동안 생성형 AI가 문서 초안 작성, 요약, 코드 생성 등 지식노동 보조에 집중했다면 컴퓨터 유즈 모델은 사람이 쓰는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 화면 그대로 인식해 마우스·키보드 입력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내려받아 지정 폴더에 저장하고, 스프레드시트의 특정 항목을 갱신한 뒤 결과를 회신하라'고 지시하면 AI가 여러 창과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유즈 성능은 단순히 화면에서 특정 버튼의 위치를 찾아내는 능력과, 여러 단계로 이뤄진 실제 업무를 오류 없이 끝내는 능력으로 나뉜다. 제논은 두 단계 모두에서 성능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제논에 따르면 훈민 VLM 397B는 화면 속 조작 대상의 위치를 맞히는 5개 벤치마크에서 기본 모델인 Qwen3.5-397B와 컴퓨터 조작 특화 모델 Qwen-CUA를 앞섰다.

특히 고해상도 전문 업무 화면에서 조작 대상의 위치를 찾는 ScreenSpot-Pro 평가에서 정확도 75.6점을 기록해 허깅페이스 공식 리더보드 2위에 올랐다. ScreenSpot-Pro는 3개 운영체제와 23개 애플리케이션, 1581개 지시문을 기반으로 화면 내 목표 요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식별하는지를 평가한다.

제논은 리더보드에 등재된 48개 모델 가운데 국내 기업이 개발한 모델은 훈민 VLM 397B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과업을 처리하는 평가에서도 성능을 높였다. 훈민 VLM 397B는 리눅스 데스크톱 기반 OSWorld에서 70.5점을 기록했다. 기본 모델보다 22.3점 높은 수치다. 윈도우 환경의 WindowsAgentArena에서도 기본 모델 대비 9.1점 개선된 성능을 냈다.

OSWorld는 웹브라우저·오피스 프로그램·파일 탐색기 등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에이전트가 자연어 지시를 수행하는지를 검증하는 벤치마크다. 초기 공개 기준으로 우분투 환경의 369개, 윈도우 환경의 43개 실제 과제를 포함한다. 화면 요소를 한 번 찾아내는 것보다 복잡한 만큼,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업무 처리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벤치마크 고득점이 곧바로 무인 업무 자동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컴퓨터 유즈 에이전트가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보다 1.4~2.7배 많은 단계를 밟는 사례가 확인됐다. 처리 정확도뿐 아니라 응답 지연, 실패 시 복구, 비용 효율성도 기업 도입의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본문 이미지 - 고석태 제논 대표(제논 제공)
고석태 제논 대표(제논 제공)

제논은 컴퓨터 조작 능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언어 역량 저하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KMMLU와 K-MMBench를 포함한 한국어 벤치마크 8종에서 기본 모델 대비 성능 차이를 2점 이내로 관리했다는 설명이다.

특정 과업에 맞춘 후학습 과정에서는 일반 언어·추론 성능이 떨어지는 '망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논은 실행 능력과 한국어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모델은 원본과 함께 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FP8 버전으로도 공개한다. Qwen3.5-397B는 전체 파라미터가 3970억개이지만, 모델 실행 시 활성화되는 파라미터는 170억 개인 전문가혼합(MoE) 구조를 채택했다.

이후 FP8 양자화 환경에서 지도학습(SFT)과 강화학습(RL)을 적용해 화면 인식과 컴퓨터 조작 능력을 강화했다. 전 과정에 투입한 자원은 엔비디아 B200 GPU 8장이다.

제논은 비교 모델을 같은 조건에서 재평가한 방법과 개발·평가 방법론도 함께 공개한다. 단순 모델 배포를 넘어 성능 검증의 재현성과 국내 오픈소스 AI 생태계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제논은 앞서 '훈민 32B'와 '훈민 VLM 235B'를 선보이며 컴퓨터 유즈·브라우저 유즈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번 모델은 이를 초거대 모델급으로 확대해 '원에이전트'(OneAgent) 등 실행형 AI 서비스 고도화에 연결할 계획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자동화 범위가 넓어질수록 보안·권한 관리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컴퓨터 유즈 AI는 사람의 화면과 권한을 이용해 이메일·사내 시스템·문서·업무용 앱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악성 웹페이지·문서·메일의 지시문에 영향을 받는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명대우 제논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대규모 모델 경쟁은 파라미터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능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더해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훈민 시리즈를 바탕으로 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액셔너블 AI 기반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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