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퇴직금'이 사라진다…올해 폐업공제금 지급 규모 최대 전망

상반기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9667억…전년比 15.8% 증가
소상공인 68.5% "빚 떠안고 폐업…재기 위한 지원 필요"

본문 이미지 - 4일 서울 시내 한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했던 가게가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2026.2.4 ⓒ 뉴스1 김도우 기자
4일 서울 시내 한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했던 가게가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2026.2.4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 폐업 사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반면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결심한 소상공인 10명 중 7명가량이 빚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금융지원을 넘어 폐업 이후 재취업과 재창업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재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96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45억 원보다 15.8% 증가했다. 지급 건수도 5만 9277건에서 6만 2868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간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1조 485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지급액의 65.1%가 지급된 셈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지급액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폐업이나 노령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공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사회안전망으로, 소상공인의 '퇴직금'으로 불린다.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지급액은 2023년 상반기 6671억 원과 비교하면 44.9% 늘었다.

반면 실제 폐업 사업자 수는 감소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5월 폐업 사업자는 33만 234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만 3676개보다 11.1% 줄었다.

폐업 사업자는 줄었지만 폐업공제금 지급액과 건수는 오히려 늘어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문 이미지 -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의 한 건물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이날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가동사업자는 1032만 1407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1.7%)을 기록했다. 증가세 둔화에는 창업 감소 및 폐업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로 2013년 84.0%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6.7.6 ⓒ 뉴스1 안은나 기자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의 한 건물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이날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가동사업자는 1032만 1407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1.7%)을 기록했다. 증가세 둔화에는 창업 감소 및 폐업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로 2013년 84.0%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6.7.6 ⓒ 뉴스1 안은나 기자

폐업한다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6월 발표한 '폐업 소상공인 정량·정성 통계'에 따르면 폐업을 결심한 소상공인의 68.5%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 부채 규모는 8531만 원에 달했다.

소상공인이 주로 종사하는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6대 업종의 지난해 폐업률도 11.08%로 전체 평균인 8.64%를 웃돌았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대출금 상환(45.5%)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에 소비 방식의 변화까지 겹친 만큼 폐업을 막는 데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계에 이른 소상공인이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침체에 소비 행동 변화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에게 시장 여건이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며 "경기가 예전 수준으로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폐업 소상공인들은 재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 조사에서 폐업 이후 계획으로 취업을 선택한 비율은 41.4%로 재창업(26.9%)보다 높았다.

정부도 경영위기 단계부터 폐업과 재기까지 연결하는 지원에 나선다. 중기부는 28일 대전·세종을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전국 14개 지역에서 '소상공인 경영위기 극복 종합상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한다.

상담회에서는 정책자금과 신용보증, 채무조정, 사업정리, 취업·재창업 지원 등을 분야별 전문가가 일대일로 상담한다. 상권 현황과 매출 흐름 등을 분석한 '경영진단 리포트'도 제공해 소상공인이 향후 경영 방향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교수는 "소비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창업을 줄이고 경영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이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폐업 이후에도 취업 등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재기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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