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폭염 대책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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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성장산업부 차장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찾은 전통시장에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너무 덥다'였다.

시장 입구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땀이 흘렀다. 아케이드가 햇볕을 막아주고 있었지만 뜨거워진 공기까지 식혀주지는 못했다. 가게마다 선풍기와 냉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시장 안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잠시 시장을 돌아다닌 기자도 더위를 견디기 힘들었는데 하루 종일 가게를 지켜야 하는 상인들은 오죽할까.

한 상인은 연신 부채질하며 "이렇게 더우면 낮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손님들의 발길까지 줄어든다는 얘기다. 에어컨이 있는 점포도 하루 종일 가동하면 전기요금이 걱정이다.

생선 가게의 한 상인은 "에어컨을 틀면 생선이 건조해져 판매하기 어렵다"며 쉴 새 없이 얼음을 들이부었다. 상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올여름 더위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6.8도로 평년보다 2.2도 높아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전국 폭염일수는 8.9일로 평년(4.1일)의 두 배를 넘었고,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평년(2.8일)의 3.5배에 달하며 역대 가장 많았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체감경기도 악화했다. 지난 7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지수(BSI)는 55.6으로 한 달 전보다 8.0포인트 떨어졌다. 전통시장 체감 BSI도 50.5로 전월보다 9.3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이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보다 많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모두 폭염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내수 부진과 계절적 비수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냉방시설이 부족한 시장이나 골목상권 대신 대형 쇼핑몰이나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폭염은 이제 소상공인에게 단순히 불편한 날씨가 아니다. 매출은 떨어뜨리고 비용은 늘리는 또 하나의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소상공인 관계자는 "올해 여름이 앞으로 남은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고 했다.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마냥 웃어넘기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시장에 증발냉방장치(쿨링포그)와 이동식 냉풍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필요한 사업이지만 모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형태도 제각각이다. 집합건물형 시장은 냉방시설을 설치할 여지가 있지만 노상형이나 골목형 시장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아케이드형 시장도 환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뜨거운 공기가 내부에 머문다.

냉방비 부담도 문제다. 에어컨을 덜 틀면 손님이 오지 않고, 하루 종일 가동하자니 전기요금이 걱정이다. 냉장·냉동설비까지 돌려야 하는 음식점이나 식품 판매점은 더 어렵다.

폭염 대책도 시장 형태와 업종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집합건물형이나 아케이드형 시장에는 냉방·환기시설을 개선하고 노상형·골목형 시장에는 그늘막과 이동식 냉방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 노후 냉방시설을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고 고령 상인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준비하느냐'다. 폭염이 시작된 뒤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는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냉방시설 설치와 노후 설비 교체에는 사업 공고부터 선정,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여름 대책은 올해 가을과 겨울부터 시작해야 한다. 폭염이 끝난 뒤 시장별 취약 지점을 점검하고 필요한 시설을 선정해 봄까지 설치를 마치는 식으로 정책의 시계를 앞당겨야 한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덜 더운 환경에서 장사하고, 무더위를 피해 떠난 손님들이 다시 시장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올여름이 지나면 시장의 선풍기와 냉풍기는 창고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폭염 대책에 대한 관심까지 함께 식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올해가 앞으로 우리가 겪을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한 여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년 폭염을 준비해야 할 때는 여름이 닥친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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