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떡볶이떡 제조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되면서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주목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확장을 제한해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을 지키는 제도지만, 시장 경쟁과 소비자 선택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보호와 성장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하기로 심의·의결했다. 지정기간은 오는 9월 16일부터 2031년 9월 15일까지 5년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경영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18년 12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뒤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해당 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원칙적으로 5년 동안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기존 업체를 인수하고, 생산이나 점포를 확대할 수 없다.
현재 주요 생계형 적합업종에는 두부와 떡국떡·떡볶이떡, 국수, 냉면, 간장·된장·고추장·청국장 제조업과 서점업, LPG연료 소매업 등이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소규모 사업자가 다수 참여해 대기업 진입 시 생존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큰 업종이 주로 포함됐다.
다만 대기업에 적용되는 제한 방식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다르다. 서점업은 생산량이 아닌 신규 출점 수를 제한한다. 대기업은 지정기간 동안 연간 2개, 최대 5개까지만 새 점포를 열 수 있으며 신규 매장에서는 36개월 동안 초·중·고 학습참고서를 판매할 수 없다. 기존 점포를 같은 시·군·구나 반경 2㎞ 안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사업 확장으로 보지 않는다.

LPG연료 소매업도 대기업의 사업 인수와 신규 진입, 확장이 제한된다. 다만 보호 대상은 가정용과 음식점 등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LPG 용기 소매업에 한정된다. LPG 충전사업이나 공업용·시험연구용·레저용 판매는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두부와 떡국떡, 장류 등 제조업은 생산·판매량인 출하량을 기준으로 사업 확장 여부를 판단한다.
청국장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은 최근 5년간 직접생산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합친 최대 연간 출하량의 110%까지 생산·판매할 수 있다. 이번에 재지정된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은 대기업의 출하 허용 기준을 기존 최근 5년 최대 연간 출하량의 110%에서 최근 10년 최대 연간 출하량의 120%로 완화했다.
기존 지정 기준을 준수하며 출하량을 줄여온 기업의 사업 여력을 일정 부분 보장하고, 떡국떡·떡볶이떡 시장의 성장 추세도 반영한 조치다. 소상공인 보호 원칙을 유지하면서 대기업의 정상적인 생산과 산업 성장도 일부 허용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대기업의 모든 사업 활동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을 위한 생산·판매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조달, 군납, 학교급식 납품 등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혼합장이나 소스류, 가정간편식(HMR) 제조에 필요한 중간 원료 생산과 같은 법인 안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생산 등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생산한 제품을 대기업 브랜드로 판매하는 OEM 방식은 사업 개시나 확장 제한을 받지 않는다. 대기업이 직접 생산시설을 늘리는 대신 중소·소상공인에게 생산을 맡기도록 해 소상공인의 판로를 확보하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다.
떡국떡·떡볶이떡 재지정에서도 수출용 제품과 중소기업 OEM, 국내산 쌀이나 밀로 생산한 제품 등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출하를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대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되 수출과 OEM 등 산업 성장과 상생에 필요한 활동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두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소상공인 측은 자금력과 유통망,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해 기존 사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가격과 판촉 경쟁을 확대하면 영세업체가 단기간에 거래처와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어 일정 기간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기업과 일부 업계에서는 사업 확장이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와 제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간 경쟁이 줄어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이 좁아지고 산업의 혁신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업종별 시장 상황과 소상공인의 영세성, 기존 지정의 보호 효과, 소비자 후생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정 여부와 제한 범위를 정하고 있다.
이번 떡국떡·떡볶이떡 재지정 역시 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 출하 허용량을 확대하고 수출과 OEM 등을 예외로 두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입을 무조건 막기보다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영역을 보장하면서 OEM이나 수출 등 협업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종별 시장 변화와 소비자 편익을 반영해 보호 범위를 정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인 경쟁력까지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다"며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어떤 보호 효과가 있었는지, 업종별로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기간 제품 경쟁력 강화와 판로 확대, 생산성 향상 등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이 제도 종료 이후에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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