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비용 부담 단계에 들어서면서 국내 페인트·제지업계가 탄소·환경규제와 디지털 전환(DX)을 한 번에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페인트·제지업계도 탄소집약적 원자재·공정(철강·알루미늄·에너지 등)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CBAM 영향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기존 생산 구조를 유지할 경우 2030년 이후 CBAM 전면 확대와 EU 배출권 무상할당 축소 국면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BAM은 2023~2025년 전환기간 동안 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과됐지만, 올해부터 수출분부터 제품별 탄소배출량에 따라 EU 탄소가격을 반영한 인증서를 구매해 2027년 정산·납부해야 한다. 2028년부터는 기계·수송기계·전자기기 등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국내 환경당국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및 '6가 크로뮴' 규제를 확대함에 따라 페인트 업계는 수성 도료와 분체 도료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페인트 기업들은 수성 방화 도료, 재활용 건축용 도료, 저탄소 강판 코팅제 등 고부가 친환경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바이오 도료와 리사이클 방청 도료 등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하고 건축용 도료 내 친환경 제품 비중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KCC와 삼화페인트 역시 수용성 및 친환경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제지·포장업계도 EU의 포장·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대응해 재생 원료 확대와 설비 개선 등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CBAM 확산에 맞춰 재생 원료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화 설비 투자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한솔제지와 태림포장 등은 재생 원료 100% 원지, 수성 코팅 포장재,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 등을 선보이며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들 제품은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30~40%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탈탄소와 함께 제조 공정의 인공지능(AI)·디지털화도 빨라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AI 특화 스마트공장'과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사업을 통해 공정 최적화와 예측 유지보수를 위한 인공지능 설비 도입 시 최대 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페인트·제지 기업들은 공장 설비별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최적 운전 조건을 도출하는 자율제조 실증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와 함께 ‘탄소중립 설비투자 지원’과 ‘공급망 트랙’ 사업 등을 통해 저탄소 설비 도입에 대한 융자·보조를 확대하며 업계 대응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BAM 대응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친환경 소재 전환과 공정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수출 시장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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