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미·이란의 '해상 봉쇄전' 여파가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석유화학·건자재·페인트·플라스틱·소비재 산업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봉쇄 갈등 장기화 조짐에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납사(나프타·Naphtha)→에틸렌·프로필렌→플라스틱수지(PE·PP·PET)·폴리염화비닐(PVC)→비닐·플라스틱·건자재' 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행 위협에 더해 미국이 이란 항만을 겨냥한 역(逆) 봉쇄(Counter-Blockade) 조치를 꺼내 들면서 중동발 원유·원자재 흐름이 수에즈 운하까지 압박받고 있다. 이란군은 미국이 해상봉쇄를 지속하면 홍해를 무력으로 차단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홍해–수에즈 라인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10% 안팎, 전체 해상 교역의 10~13% 이상이 지나는 글로벌 물류 동맥으로 꼽힌다. 2021년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 당시 운송 시간은 평균 7일~10일 늘었고, 해운비가 2~3배 급등한 전례가 있다.
중동산 납사 의존도가 70% 안팎인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는 호르무즈 봉쇄 이후 이미 여수·울산 등 주요 납사분해시설(NCC) 가동률이 60~65%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여기에 홍해-수에즈 라인까지 흔들릴 경우 공급 병목과 운임·보험료 상승 등이 겹치며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건자재·인테리어·페인트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의 선박들이 5월부터 늦어도 6월초까지는 도착해야 건설사 납기를 맞출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체류 중인 한국 국적 선박은 원유·석유제품 운반선과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 등 약 26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선 납사 파생제품인 에틸렌·프로필렌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PVC·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등 기초소재의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나프타 쇼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의존하는 중소 용기업체와 포장재 유통 채널도 직격하고 있다.
배달·자영업 현장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비닐봉지·일회용 수저·종이컵 등 부자재가 부수적 비용이 아니라 핵심 고정비라는 점도 문제다. 주문 한 건마다 필수로 들어가는 만큼 단가가 소폭만 올라가도 누적 비용이 급증한다.
중소 e커머스 업체들도 비상이긴 마찬가지다. 택배 상자·완충재·테이프·비닐 포장비가 동시에 뛰면서 최소한의 마진 확보도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범부처 비상 점검체계를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납사·플라스틱 수지 수급 동향을 점검하면서, 금융·물류비 지원과 함께 납품단가(납품대금) 연동제와 가격 전가 관행 실태도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 측이 예고한 홍해 봉쇄 위협까지 현실화하면 원유·납사 공급 차질에 운송 기간·비용 상승이 더해져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과 납기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재고로 버티는 단계지만, 5월 이후에도 봉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감산과 휴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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