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이 걷고 오로라가 깔렸네…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절정, 레비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이면 나타나는 '하얀 세상'
아이도 어른도 동화 속으로…'조용한 크리스마스'를 품은 도시

핀란드 라플란드 레비ⓒ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핀란드 라플란드 레비ⓒ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핀란드)=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핀란드 라플란드의 레비(Levi)는 온 세상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오후 2시면 하늘이 분홍빛으로 가라앉고 해가 지면 북극의 어둠이 길게 내려앉는다. 차갑고 고요한 풍경 속에서 오로라와 순록, 사미문화와 크리스마스 전통이 한데 어우러진 레비의 겨울은 여행자를 단숨에 북극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본문 이미지 -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레비까지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레비까지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본문 이미지 - 눈 위에서 익살맞게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눈 위에서 익살맞게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본문 이미지 -  레비에선 흔하게 하얀 눈밭 위 존재감을 자랑하는 '스노우몬스터'를 볼 수 있다.  침엽수림의 잎과 가지가 얼어붙은 과정에서 생겨난 수빙(樹氷)이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에선 흔하게 하얀 눈밭 위 존재감을 자랑하는 '스노우몬스터'를 볼 수 있다. 침엽수림의 잎과 가지가 얼어붙은 과정에서 생겨난 수빙(樹氷)이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본문 이미지 - 차들이 안미끌어지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차들이 안미끌어지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핀란드 최북단 라플란드에 자리한 레비는 북극권 여행의 관문 역할을 하는 휴양지다. 인구 7000명 남짓한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핀란드 최대 규모의 스키 리조트와 오로라 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 사미(Sámi)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밀집해 있다.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90분, 키틸라(Kittilä) 공항에서 차로 15분이면 닿아 접근성도 뛰어나다.

본문 이미지 - 요정마을에 산타 복장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요정마을에 산타 복장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에는 로바니에미와는 다른 '조용한 크리스마스 마을'이 있다. 키틸라 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달려 설원 숲 안쪽으로 약 500m 정도 들어가면 요정마을(Elves Village)이 모습을 드러낸다.

요정마을은 레비에서 '스노우 퀸'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큰 한 여성 사업가가 10여 년 이상 준비해 만든 곳이다.

레비관광청 관계자는 "요정마을의 가로등까지 모두 그녀가 수십 년간 하나씩 모아온 것들"이라며 "보다 전통적인 핀란드식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구현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은 상업 시설이 많은 로바니에미와 달리, 숲과 오두막, 불빛만으로 크리스마스를 표현한다.

본문 이미지 - 진저쿠키를 만들어볼 수 있는 진저하우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진저쿠키를 만들어볼 수 있는 진저하우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본문 이미지 - 진저쿠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체험객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진저쿠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체험객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숲 뿐만 아니라 곳곳의 오두막들은 동화 속 세상이 따로 없다.

진저쿠키를 만들어 보는 '진저브레드하우스', 작은 장식이나 전통 공예를 만들어 보는 '요정학교', 요정들의 생활공간인 '엘프 하이드어웨이'는 당장이라도 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거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특히 진저브레드하우스의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면 막 구운 반죽 냄새가 퍼지고 아이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모두 조용히 쿠키 만들기에 빠져든다.

본문 이미지 -  산타클로스를 만나기 위해 꼭 타야하는 엘리베이터ⓒ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산타클로스를 만나기 위해 꼭 타야하는 엘리베이터ⓒ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싶다면 별도의 체험을 선택하면 된다.

산타하우스에는 산타의 서재·부엌·침실·작업실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방문객은 이 공간을 천천히 둘러본 뒤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요정들이 미디어아트로 연출된 엘리베이터로 안내한다. 윗층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하늘 위로 솟아 산타의 오두막으로 이동한다. 문이 열리면 산타가 등장한다.

본문 이미지 - 산타클로스와 간단한 대화와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산타클로스와 간단한 대화와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만남에 함께한 프랑스 기자는 조카들에게 받은 편지를 산타에게 직접 건넸고 산타는 "꼭 읽어보겠다"며 정성스레 받아들었다. 기자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사진 촬영도 하고 짧게 대화도 나누면서 어른들 표정도 순간 아이처럼 밝아졌다.

본문 이미지 - 루돌프의 실제 동물인 순록ⓒ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루돌프의 실제 동물인 순록ⓒ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의 겨울은 실제 루돌프인 '순록'을 만나면서 한층 더 진짜 북극 일상에 가까워진다.

레비 일대에서는 순록이 호텔 현관으로 들어오거나 골프장 페어웨이에서 낮잠을 자는 풍경도 흔한데, 이는 순록과 사람이 수백 년 동안 가까이 살아온 결과다.

순록에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레비 중심지에서 차로 15분, 삼문투파(Sammuntupa) 순록 농장에서는 눈 덮인 숲 사이로 순록 수십 마리가 느릿하게 걸어 다닌다.

본문 이미지 - 순록에게 주는 순록 이끼이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순록에게 주는 순록 이끼이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본문 이미지 -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순록들이 이끼를 먹기위해 순식간에 모여든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순록들이 이끼를 먹기위해 순식간에 모여든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방문객은 울타리 안에서 직접 '순록이끼'를 주며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순록들은 예상보다 얌전하고 온순하다.

농장 직원인 피이로이넨 피에타 씨는 "순록은 개처럼 각자 성격이 달라요. 어떤 아이는 사람 곁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조금 더 하다"라며 "그래도 먹이를 손에서 받기 시작하면 금방 친해진다"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사미족이자 가이드인  안테 아이키오 씨가 사미랜드의 야외 전시장에서 전통 가옥을 보여주고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사미족이자 가이드인 안테 아이키오 씨가 사미랜드의 야외 전시장에서 전통 가옥을 보여주고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순록 농장 체험 뒤에 이어진 사미랜드(Samiland) 방문은 레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미랜드는 사미(Sámi) 원주민의 전통 주거, 신화, 역사, 순록 문화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공간으로 레비의 대표적인 문화 체험지다. 실내 전시는 500㎡ 규모로 사미족의 건축·복식·신화가 한눈에 들어오며 야외 전시장에서는 약 300m 계단을 따라 전통 가옥과 겨울철 순록 우리를 둘러볼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사미족ⓒ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사미족ⓒ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곳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안테 아이키오 씨는 사미 문화의 핵심을 "조상·자연·순록과의 관계"라고 정의했다.

안테는 사미 전통 창법인 요이크(Joik)도 직접 들려줬다. 그는 "요이크는 사람·동물·장소의 영혼을 노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유럽 전역으로 확장된 사미인의 이동 경로와 샤먼 드럼 속 상징들, 신화 속 여신과 자연신들의 역할을 직접 이야기하며 수천 년 이어져 온 세계관을 풀어냈다.

본문 이미지 - 희미하게 보이는 연두빛의 오로라ⓒ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희미하게 보이는 연두빛의 오로라ⓒ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의 밤은 오로라를 찾아 나서며 정점을 찍는다.

저녁 8시, 방한복을 갖춰 입고 차량에 올라 40분가량 달리자 하얀 침엽수가 빽빽한 라우할라(Rauhala) 숲이 펼쳐졌다. 눈길 끝에 통나무집과 얼어붙은 호수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아틱 프런티어'(Arctic Frontier)가 이끄는 오로라 투어가 시작됐다. 케이트 드 브루인 아틱프런티어 대표는 "오로라는 쇼처럼 화려하게 등장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대신 북극의 밤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오로라와 수많은 별들을 쉽게 담을 수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오로라와 수많은 별들을 쉽게 담을 수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날 하늘에는 옅은 역녹색 오로라만 번졌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다.

몸을 녹이기 위해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선 '스노우 칵테일'을 내어준다. 갓 쌓인 눈을 퍼 잔을 채우고, 클라우드베리·빌베리 등 라플란드 특유의 베리 시럽과 진저비어를 섞어 만든 음료다.

눈의 서걱거리는 질감과 베리의 산미, 생강의 향이 만나 북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청량한 단맛이 입안에 남았다. 들여 나온 간식은 케이트가 직접 구원다는 쐐기풀(넷플)과 치즈를 넣은 빵이었다.

본문 이미지 - 스노우 베리 칵테일ⓒ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스노우 베리 칵테일ⓒ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본문 이미지 - 오두막에서  나누는 케이트 드 브루인 아틱프런티어 대표와 대화ⓒ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오두막에서 나누는 케이트 드 브루인 아틱프런티어 대표와 대화ⓒ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어 더 작은 오두막으로 이동하자 장작불이 타오르며 북극의 밤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마신 차가버섯 차는 흙향이 은은했고 따뜻하게 데운 요구르트에 사과와 베리를 앉은 디저트는 차갑고 어두운 북극의 공기와 대비되며 유난히 깊게 남는 맛이었다.

본문 이미지 - 올로리조트의 독채 캐빈 객실은 통창으로 이뤄져 있는데 밖에서는 안이 안보이는 특수 창문으로 이뤄져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올로리조트의 독채 캐빈 객실은 통창으로 이뤄져 있는데 밖에서는 안이 안보이는 특수 창문으로 이뤄져 있다.ⓒ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레비 중심에서 차로 10분, 설원 숲 사이에 자리한 올로리조트(Olo Resort)는 '객실 자체가 전망대'인 숙박지다. 통창 너머로 눈 덮인 나무들이 서 있고 새벽이면 파우더 스노우가 얹힌 숲이 그대로 객실 안으로 스며든다. 운이 좋으면 침대에 누운 채 초록빛 오로라가 창 위로 흐르는 장면을 만날 수도 있다.

본문 이미지 - 객실에서 감상하는 설원의 숲ⓒ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객실에서 감상하는 설원의 숲ⓒ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객실은 독채 캐빈 형태로 프라이버시가 확실하다. 전 객실에 사우나와 주방이 갖춰져 있고 따뜻한 바닥난방 덕분에 영하 20도 한겨울에도 실내는 아늑하다. 레비 타운과 가깝지만, 북극 숲의 고요함이 유지돼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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