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디지털·AI 전환 7년…車개발부터 고객응대까지 AI 내재화(종합)

업무 공유·데이터 표준화로 DX 선행…사내 생성형 AI 'H 챗 프로' 도입
정의선 회장 바이브 코딩 교육 솔선수범…일반·연구직 80% AI로 업무

본문 이미지 - 진은숙 현대자동차그룹 ICT담당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AX(AI 전환) 성과 발표회’에서 AI 전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8.12 ⓒ 뉴스1 이종수 기자
진은숙 현대자동차그룹 ICT담당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AX(AI 전환) 성과 발표회’에서 AI 전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8.12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을 토대로 차량 연구개발부터 제조·정비, 고객 응대까지 전 사업 영역에 AI를 내재화했다.

특히 일반·연구직 등 임직원 80%가 사내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한편, 현업 직원이 직접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요 기업보다 앞선 DX·AX에 기존 제조업 역량을 융합해 피지컬 AI 기술까지 실현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이 같은 전사 DX·AX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DX·AX에 본격 착수한 지 7년 만이다.

앞서 그룹은 2018년 정의선 회장이 "정보기술(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이듬해 글로벌 협업 혁신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서며 전사 DX 전략을 구체화했다.

먼저 업무 진행 현황과 의사결정 사항을 관리하는 지라·두레이와 문서 공동 작성과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 컨플루언스, 마이크로소프트365를 2022년부터 순차 도입해 업무 과정과 지식을 공유·축적하는 체계를 갖췄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담당 사장은 "기존에는 결과물이 개인 PC와 이메일에 쌓여 개인의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며 "공동 문서 편집기 등을 도입해 조직의 지식과 경험이 자산으로 쌓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판매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결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도 2022년부터 구축했다. 개발 정보가 생산·품질 관리에 활용되고 판매 데이터가 다시 제품과 공정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진 사장은 "AX를 위해서는 DX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며 그 핵심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단일화하는 것"이라며 "AX가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하는 자율주행이라면, DX는 사용자가 먼저 자율주행 차량에 올라타는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DX 기반 위에서 2024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챗 프로'를 신설, 지난해부터는 이를 일반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H 챗 프로는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내 데이터와 연결해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자체 바이브 코딩 체계도 갖췄다.

지난 7월 H 챗 프로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달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임직원들도 AI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장영석 제네시스고객경험팀 책임매니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 데이터 분석 등의 영역에서 H 챗 프로를 활용했다면, 올해부터는 개발 지식이 없는 현업 담당자들도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사내 바이브 코딩을 독려했다. 진 사장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초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중 바이브 코딩 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하며 자신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실무진이 회장까지 직접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답하자 정 회장은 재차 연락해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을 해봐야 AI 기술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바이브 코딩 교육을 듣고 있다.

본문 이미지 - 진은숙 현대자동차그룹 ICT담당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AX(AI 전환) 성과 발표회’에서 AI 전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8.12 ⓒ 뉴스1 이종수 기자
진은숙 현대자동차그룹 ICT담당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AX(AI 전환) 성과 발표회’에서 AI 전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8.12 ⓒ 뉴스1 이종수 기자

AX는 현장 성과로 이어졌다. 먼저 남양기술연구소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여러 시스템에 분산된 차량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 자료를 통합 검색하고 유사 사례를 비교·분석한다. 엔지니어가 관련 사례를 찾고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을 약 90% 줄였다.

이신선 안전성능 선행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숙련자의 과거 경험에 기대 판단했던 충돌시험 결과를 데이터를 근거로 빠르게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조 현장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카메라로 차량식별번호를 읽어 실제 차량과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 대조한다. 국내외 약 70개 생산 거점에 적용돼 연간 52억 40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 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차의 복잡한 이동 경로를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대차 순서가 꼬이면서 발생하는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다.

해외 정비 현장에선 차량 오류 코드나 증상을 입력하면 AI가 매뉴얼과 과거 정비 기록을 분석해 진단을 제시한다. 이에 정비 대응 시간이 약 42% 줄었고 초기 진단 정확도가 향상돼 고객 만족도를 제고했다.

고객 앱 리뷰를 분류하고 답변 초안을 쓰는 AI는 건당 처리 시간을 평균 35분에서 5분으로 낮췄다. 전체 리뷰의 85% 이상을 AI로 처리하며 오는 9월부터 전 과정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로보틱스·제조 현장 등 물리적 세계와 AI를 결합해 '피지컬 AI' 기술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AI 인프라 투자는 고객용 제품과 내부 업무 영역으로 구분해 추진한다.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등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업스트림' 분야에서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과 기반 기술을 확보하되 사무·지원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검증된 외부 LLM과 협업 도구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새만금에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고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엔비디아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진 사장은 "업스트림 영역의 파운데이션 모델은 자체 투자를 통해 확보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며 "새만금 AIDC에 필요한 GPU 물량도 엔비디아를 통해서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운스트림 영역에선 메신저, 메일이나 대규모 LLM을 만드는 게 우리 업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업의 본질로 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 AI의 것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본문 이미지 -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 부에 다양한 '피지컬 AI' 로봇들이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9 ⓒ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 부에 다양한 '피지컬 AI' 로봇들이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9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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