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중국발 반도체 기술 경쟁 심화 우려에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하며 60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외국인이 하루에만 4조 5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장중 6000선이 무너지고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까지 겹치면서 수급 부담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48.89포인트(p)(5.46%) 하락한 6035.3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장 중 60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7월 31일(5629.76) 이후 처음이고, 장 마감 기준으로는 7월 30일(5593.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 5167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 2330억 원, 1조 6883억 원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15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하루 평균 2조 5000억 원 규모로 지난 9월 일평균 순매도 규모의 두 배 수준이다. 다만 이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897억 원을 순매수했다.
급격한 지수 하락에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했다. 이날 오전 9시 47분 58초 코스피 시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지난 8월 19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날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발전과 경쟁 심화 우려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가 4F² 아키텍처를 적용한 차세대 서버용 D램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기술 추격과 공급 확대가 본격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쳤다.
지난 8일 오픈AI의 매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기된 데 이어 12일에는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AI 투자에 필요한 자본 조달의 제약을 언급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SK스퀘어(402340)가 12.91% 급락했고 SK하이닉스(000660)는 10.09% 하락했다. 삼성전기(009150)(-8.34%), 삼성전자(005930)(-7.39%), 삼성전자우(005935)(-6.69%)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삼성생명(032830)(-4.30%), 현대차(005380)(-1.56%), KB금융(105560)(-0.25%) 등도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3.02%),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42%)는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 한 종목에서만 2조 3613억 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도 1조 3595억 원 순매도하며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증권가에서는 중국발 반도체 악재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취약해진 수급 구조가 하락 폭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금리 수준으로 채권의 가격 매력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약화됐다"며 "최근 미국 국채 입찰에서도 양호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신흥국, 특히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 압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코스피 급락의 방아쇠가 된 것은 AI 수익성과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 중국 CXMT의 기술 추격 우려"라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가 수급 공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한 매도 물량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리밸런싱 수요까지 겹치면서 지수 하락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프로그램 비차익 매도가 1조 3100억 원에 달했고,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에 따른 매도 압력도 지수 1%포인트 하락당 약 44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2.16포인트(1.43%) 하락한 837.03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02.91까지 밀리며 800선 붕괴를 위협받았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82억 원, 429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1908억 원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주성엔지니어링(036930)(3.56%), 리노공업(058470)(1.92%), 에코프로(086520)(1.31%) 등이 상승했다. 반면 이오테크닉스(039030)(-3.33%), 알테오젠(196170)(-3.02%), 심텍(222800)(-2.84%), 에코프로비엠(247540)(-2.08%),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1.92%), HLB(028300)(-0.90%), 원익IPS(240810)(-0.38%) 등은 하락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14~15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ASML·TSMC 실적 발표를 통해 물가 안정과 반도체 업황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변곡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확정 실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 빅테크 실적 발표가 집중된 27~30일"이라며 "물가 둔화와 빅테크 설비투자 확대, 반도체 기업의 신규 주주환원 정책 등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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