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석 달에 한 번씩 이런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마녀가 네 명이나 등장한다니, 대체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네 마녀의 날'은 선물(주가지수·개별주식)과 옵션(주가지수·개별주식) 등 네 종류의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날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는 통상 3·6·9·12월 두 번째 목요일입니다.
이날은 마치 마녀가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도대체 선물과 옵션이 무엇이길래 주가까지 움직이는 걸까요?
먼저 선물이 무엇인지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에 고구마밭이 있습니다. A 씨는 3개월 뒤 고구마 1kg을 1만 원에 사겠다고 밭 주인과 약속합니다. 현재 시세는 8000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3개월 뒤 고구마 가격이 3000원으로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고구마 1kg을 1만 원에 사야 합니다. 약속을 했으니까요.
이것이 선물 거래의 기본 원리입니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기로 약속하는 겁니다.
선물 투자가 위험한 이유는 적은 돈으로 큰 금액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거금 1000만 원으로 1억 원 규모의 선물 계약을 맺었다면 기초자산 가격이 10%만 떨어져도 증거금을 모두 잃습니다.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면 '빚'이 생길 수도 있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조상우(박해수 분)도 선물 투자로 큰 손실을 보고 게임에 참여하게 됐죠. 선물은 그만큼 위험한 투자입니다.

옵션도 비슷합니다. 다만 선물이 거래하기로 한 '약속'이라면 옵션은 거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권리를 산 사람은 거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옵션에는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이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콜옵션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풋옵션을 살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재 10만 원인 A 기업 주식을 한 달 뒤 10만 원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5000원에 샀다고 가정해봅시다.
한 달 뒤 A기업 주가가 15만 원으로 올랐다면 콜옵션의 가치는 5만 원이 됩니다. 처음 지불한 5000원을 빼면 4만 5000원의 이익을 얻는 겁니다.
5000원을 투자해 4만 5000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은 무려 900%입니다. 같은 기간 주식은 50% 올랐으니 옵션 투자자가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둔 셈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1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면 콜옵션을 행사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투자자는 콜옵션 값 5000원을 모두 포기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선물·옵션 거래가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주식과 달리 선물과 옵션에는 만기일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오늘 사서 10년 뒤에 팔아도 되지만 선물과 옵션은 정해진 만기가 돌아오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국내 대표적인 옵션의 만기일은 매월 두 번째 목요일이고, 선물의 분기물 만기일은 3·6·9·12월 두 번째 목요일입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겹치는 날이 바로 '네 마녀의 날'입니다.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자들은 기존 계약을 정리하거나 다음 만기 상품으로 갈아탑니다. 이 과정에서 선물·옵션뿐 아니라 실제 주식시장에서도 대규모 매수·매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선물·옵션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도 함께 사고팔기 때문입니다. 콜옵션을 팔았는데 주식이 계속 오르면 손해니까 해당 주식의 현물을 사두는 식으로 위험을 헤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기일이 다가오면 이러한 거래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주식 매도 주문이 몰리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반대로 대규모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장 마감 무렵에는 만기와 관련된 주문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갑자기 출렁이기도 합니다.
물론 네 마녀의 날이라고 반드시 주가가 급등하거나 폭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계약을 가지고 있는지, 만기 전에 얼마나 거래를 정리했는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집니다.
주식시장에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사람, 하락에 베팅하는 사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네 마녀의 날은 기업의 본질과 달리 이들의 이해관계가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는 날입니다.

e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