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코스피가 중동 전쟁 충격으로 급락했던 3월의 혼란을 딛고 다시 사상 최고치에 올라섰다. 한 달 전만 해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르며 공포장이 연출됐지만, 불과 몇 주 만에 외국인 자금 유입과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2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6307.27)를 37거래일(54일)만에 넘어선 것이다. 장중 기준으로도 종전 최고치였던 6347.41을 돌파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5236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신고가는 불과 한 달 전 시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3월 코스피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우려,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대규모 매도세가 겹치며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코스피200 선물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사이드카는 10번이나 발동했고, 지난 3월 4일과 9일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등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의 급변장이었다.
시장을 짓누른 가장 큰 변수는 중동 리스크였다.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고 달러·원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인은 3월 코스피 시장에서 35조 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코스피는 5040선까지 내려갔다.
여기에 3월 말에는 구글이 인공지능(AI) 메모리 효율화 기술인 '터보퀀트'를 공개하면서 반도체주가 흔들리기도 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삼성전자(005930)는 16만 원, SK하이닉스(000660)는 80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4월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4월 상승률은 26.4%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 역시 51%를 넘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만약 3월 31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샀다면 현재 수익률은 각각 31%, 51.7%다.
실제 외국인은 2~3월 순매도에서 벗어나 4월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 4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 5조 6000억 원이 집중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상승을 이끌었다.
증권가는 이번 반등의 핵심을 실적과 수급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상장사 실적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47배로 과거 20년 평균과 비교해 하위 1% 수준의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는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지속, AI 산업 발전과 반도체 실적 개선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 중동 지역 불확실성 등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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