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니어스법 시행 4개월 앞…'규제 시차' 부작용 우려 커진다

美 지니어스법, 내년 1월 시행…韓 기본법 정부안은 국회 제출도 못해
'규제 시차'로 벌어질 일들…달러 코인 해외 결제 선점 및 자금·유출 우려

본문 이미지 -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일러스트.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일러스트.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할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결제·정산시장을 먼저 차지하고, 관련 기업과 자금의 해외 이탈 등 '규제 시차'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니어스법은 내년 1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7월 법안이 제정된 지 18개월이 되는 날이다.

지니어스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인가받은 기업으로 제한하고, 발행액의 100% 이상을 현금·국채 등 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이용자의 상환청구권과 준비자산 공시,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도 규정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금융위가 정부안을 넘긴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아직 공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양국의 '규제 시차'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와 기업 간 정산시장을 먼저 차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규제를 준수하는 달러 코인이 준비자산과 상환권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면 글로벌 기업과 결제 사업자가 이를 우선 채택할 수 있어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용자·가맹점이 늘수록 활용도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크다. 거래하는 사업자가 많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다른 사업자도 해당 코인을 채택할 유인이 생긴다. 달러 코인이 글로벌 결제망을 먼저 확보하면 뒤늦게 출시한 원화 코인이 이용자와 유동성 격차를 좁히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해외 자금 이동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니어스법은 발행사가 이용자에게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따른 이자·수익을 직접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거래소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제삼자가 제공하는 예치 보상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국내 이용자가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산 뒤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해외 거래소나 디파이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대하면 국내 은행의 원화 예금 기반과 결제·송금 사업자의 수익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으로 국내 거래소에 대한 세무 당국의 모니터링 강화가 맞물리면, 일부 투자자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미신고 해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전한 가상자산은 트래블룰을 통해 송·수신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다른 지갑이나 디파이로 재차 이동하면 블록체인상 거래 경로를 확인하더라도 실제 소유자와 거래 목적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금 이동이 확대될 경우 거래 정보와 외환·자본 이동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세금 회피성 자금 이탈은 시중은행의 예금 기반을 약화하고, 산업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법제화 지연이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업 기준과 인허가 절차가 불확실한 상태가 길어지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 미국 등 규제 체계가 마련된 국가에 사업 거점을 둘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윤 센터장은 "규제 불확실성을 피해 글로벌 허브 국가로 법인과 인재가 이동하는 '브레인 드레인'은 이미 진행 중인 현실적 위험"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산업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2단계 입법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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