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전 세계 토큰화 주식 시장이 처음으로 시가총액 10억 달러(약 1조 4367억 원)를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핀테크와 글로벌 대형 금융사까지 가세하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가운데, 한국도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금가 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전 세계 토큰화 주식 시총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10억 2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57%(약 2.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만 29% 급증하며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플랫폼별로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플랫폼 온도 파이낸스가 59.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토큰화 플랫폼 엑스스톡스(22.8%)와 시큐리타이즈(9.4%)가 뒤를 이었다.
토큰화 주식은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쪼개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쉽게 말해 애플과 엔비디아 주식을 단돈 1달러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지난 1년간 토큰화 주식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이다.
블록체인 기업 외에 핀테크와 대형 금융사들도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국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가 대표적이다.
로빈후드는 지난해 7월 유럽에서 토큰화 주식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수수료는 무료이며 200종 이상의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보유 토큰을 디파이 플랫폼에서 대출 담보로 활용하는 등 활용성도 높였다.
펀드를 토큰화한 기업의 대표주자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있다. 블랙록은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비들(BUIDL)'을 해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비들은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등 실물자산에 투자해 토큰 보유자에게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지난달 27일 기준 비들의 운용자산은 21억 7208만 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30억 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선 가상자산과 금융이 결합하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가상자산이 더 이상 일부 투자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산운용과 결제, 담보 등 실물 금융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아직 토큰화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부동산·미술품·음원 저작권 등을 쪼개 판매하는 조각 투자는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주식·채권·펀드를 토큰화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금가 분리' 원칙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을 분리한 금가 분리 원칙은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가 특별대책을 통해 도입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가 직접 가상자산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9년째 막힌 상황이다.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토큰화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글로벌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토큰화 주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금가 분리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핀테크와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실험에 나서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글로벌 흐름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지난해 9월 "한국은 금융업자가 가상자산 산업을 부수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반면 가상자산 투자 인구는 1600만 명에 달할 만큼 환경이 달라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과 금융은 현재 금가 분리 체계 아래 있다"며 "빅테크가 규제 공백을 활용해 금융권으로 확장할 경우의 부작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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