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환율 1500원 턱밑…3高 덮친 韓경제, 'S공포' 확산

유가·외환·금리 급등세…"물가 오르고 성장 회복세 꺾일 수도"
"호르무즈 막히면 유가 최고 150달러 가능성도…성장률 0.8%p↓"

본문 이미지 - 7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소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2026.03.07. ⓒ 로이터=뉴스1
7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소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2026.03.07.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약 3년 8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가 급등과 더불어 달러·원 환율은 장 중 한때 1500원 턱밑까지 치솟았고, 시장 금리마저 들썩이는 등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이른바 '3고(高)' 현상이 한국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S의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9일 오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15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90원대에서 출발한 후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위협했다.

채권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오전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25bp(1bp=0.01%) 급등한 3.477%를 기록했다. 10년물도 3.769%로 15.3bp 급등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하며, 이 중 약 70%를 중동에 기대고 있다. 유가 급등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는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서비스 등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중동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가 향후 한국 경제의 명운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본문 이미지 - 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3.8 ⓒ 뉴스1 박지혜 기자
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3.8 ⓒ 뉴스1 박지혜 기자

금융투자업계와 경제 연구기관들은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은 조기에 휴전이 성사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유가가 70~80달러 선으로 안정되겠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90~100달러 선이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비관적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어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고, 국내 경제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 이상 유지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2.9%p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이번 사태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 본부장은 "오늘 하루만 WTI가 25% 급등하는 등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상당히 크게 보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차질에 따른 피해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에 집중되기 때문에 세계 공산품 가격이 엄청나게 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이 넘었는데 물가가 안 오를 수 없다"며 "소비와 투자가 이미 취약한 상황에서 물가마저 오르면 내수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특성상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가가 오르면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전반적인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생산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 교수는 "과거 오일쇼크 때는 물가가 10~20%씩 오르고 성장률이 반토막 났지만, 현재는 물가가 2%대인 데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요가 탄탄해 비용 상승분을 일정 부분 전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과거만큼 거시 지표상의 충격이 치명적이지는 않겠지만, 소비재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지표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문 이미지 - 중동 상황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9일 서울 중구 명동의 은행 외벽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중동 상황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9일 서울 중구 명동의 은행 외벽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유가 급등과 맞물려 달러·원 환율 역시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자본 유출 우려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1500원 선을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져 환투기가 붙거나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대미 주식 투자를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을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량이 많이 풀려 있고 미국과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1450원은 이제 새로운 '뉴노멀'로 봐야 한다"며 "환율이 1450원을 중심으로 플러스마이너스 50원 범위에서 움직인다면 정부가 일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안정시킬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미시적 대응과 재정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시 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교수는 "현행 유류세 인하 폭을 더 크게 확대하는 방식 등 미시경제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내수 침체 방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앞당기는 등 재정 정책으로 커버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복되는 대외 에너지 충격에 대비해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상봉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수년에 한 번씩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해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며 "석유 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위주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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