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미국 원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며, 투자 후보군을 추리는 '숏리스트' 작성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간 합작법인(JV) 설립 논의가 답보 상태에 놓인 가운데, 한전이 미국 시장 직접 진출을 전제로 한 독자적 원전 수출 전략을 점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31일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컨설팅'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용역은 한전이 보유한 원전 수출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 변화에 맞춰 중장기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용역 과업에는 한전이 미국 원전 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전은 미국 원전 시장과의 협력을 전제로, 현지 원전 기업 가운데 투자 가능 후보군을 선정해 경쟁력을 분석하고 최종 숏리스트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협력 검토를 넘어,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시장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접근으로 해석된다. 과업에는 미국 원전 시장의 인허가, 노무, 환경 규제 등 제반 여건 분석과 함께, 미국 또는 제3국에서 한·미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원전 사업 모델 도출도 포함됐다. 한국과의 협력 시 미국 측이 얻을 수 있는 이점 역시 분석 대상이다.
한전의 이번 행보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합작법인 설립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한수원은 2024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갈등을 겪은 이후, 북미·유럽·영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단독 수주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수원은 후속 조치로 웨스팅하우스와의 JV 설립을 추진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이를 주도했던 황주호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전과 한수원은 JV 설립의 주도권을 두고 각자 자신들이 적임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이번 연구용역을 계기로 원전 수출체계를 한 기관으로 통합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나 관계 기관과의 공식 논의와는 별개로, 한전 차원에서 자체적인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수출 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를 도출하고, 이미 원전 사업을 발주한 국가들의 혼선을 최소화할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서 합작회사, 컨소시엄, 하도급 등 다양한 분업 구조 가운데 최적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도 과업에 포함됐다.
아울러 수주·계약·건설 단계별 수행 주체가 달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 수출체계 통합에 대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공감대 형성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원전 수출체계 일원화 논의는 지난해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부담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간 분쟁이 꼽힌다. 원전 수출 계약은 한전이, 운영은 한수원이 맡는 이원화 구조 속에서 책임 소재가 엇갈리며 양측은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8일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박복래 한전 원전수출본부장, 박인식 한수원 수출사업본부장 등으로부터 원전 수출 일원화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수출체계 개편안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확정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가능성을 고려해 논의를 서두르고 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관련 연구용역도 당초 6월에서 이르면 3월로 앞당겨 마무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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