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개발도상국이 기후재난에 대비하려면 2035년까지 연간 약 305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선진국의 지원은 300억 달러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가 2035년까지 기후 적응 재원을 3배로 늘리더라도 실제 필요한 금액의 20~29%만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전날 발표한 '2026 적응격차보고서'(Adaptation Gap Report 2026)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155개국의 기후 적응 재원 수요는 2035년까지 연간 약 3050억 달러로 추산됐다.
기후 적응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감축과 달리, 이미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활동이다. 홍수 방어시설과 물 공급 체계 개선, 폭염 대응, 기후변화에 강한 농업 기반 구축 등이 해당한다.
보고서는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국가적응계획(NAP)에 제시된 비용을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의 연간 적응 재원 수요는 2550억~3280억 달러로 추산됐다. 별도 모형 분석에서는 연간 약 32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 국제 지원은 크게 부족했다. 2024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 국제 공공 적응 재원은 산정 방식에 따라 282억~317억 달러였다. 전년보다 약 10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사회는 2021년 글래스고 기후총회(COP26)에서 2025년까지 적응 재원을 2019년의 2배 수준인 연간 약 4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2035년까지 적응 재원을 최소 3배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이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연간 지원액이 850억~12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2035년까지의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개발도상국의 연간 적응 재원 필요액은 약 42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지원을 3배 확대해도 필요한 금액의 20~29%만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재원 부족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에서 더욱 심각하다. 최빈개도국과 군소도서개발국의 적응 재원 수요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500억 달러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GDP)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원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4년 국제 공공 적응 재원의 55%는 대출, 44%는 무상 지원이었다. 대출 가운데 비양허성 대출이 약 절반을 차지해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에 채무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발도상국 사이의 지원은 확대되는 추세다. 개발도상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제공한 국제 공공 적응 재원은 2019년 38억 달러에서 2024년 96억 달러로 증가했다. 공공재원을 통해 유치한 민간 적응 투자도 같은 기간 1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늘었다. 다만 민간투자는 주로 기업 자체의 위험 관리에 활용돼 공공 적응 사업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기후재난에 따른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는 재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의 첫 지원 사업에는 개발도상국 119개국이 약 28억 달러를 신청했다. 초기 배정 재원은 3억4200만 달러로 신청액의 8분의 1 수준이었다.
UNEP는 재원 확대와 함께 국가별 제도 정비, 부처 간 협력, 지역사회 참여, 지원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적응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실제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하는 COP31을 앞두고 발표됐다. 적응 재원 확대와 손실·피해 지원, 재원 배분의 형평성이 주요 협상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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