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습격, 군도 예외 아니다…'공항·기지 침수' 위기론도 제기

고탄소 시나리오 땐 주요 해·공군 기지 영향권…군, 침수 위험도 분석 착수
군 장병부터 DMZ 경계·군수 정비까지 영향권…대책 마련 시급

본문 이미지 -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 장병.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군 장병.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전(全) 지구적 기후변화는 우리 군의 안보태세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폭염·혹한 등 극한 기후는 장병들의 건강권 및 군수 소요 산정을 위한 새로운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은 저지대 및 해안가에 위치한 주요 해·공군 기지 및 경계 초소의 침수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군사 작전 수행과 대비태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우리 군도 이를 주요 '안보 변수'로 인식하고 대응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26일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본문 이미지 -  연도별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한반도 해안가 침수 면적 그래픽.
연도별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한반도 해안가 침수 면적 그래픽.

군은 최근 한반도에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를 적용했을 때, 4년 뒤인 2030년부터 진해·목포 해군기지나 강릉 군공항 등이 침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말 개최된 국방기상 심포지엄에서도 공유됐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고탄소 시나리오를 가정한 2030년 기준 해군 항공사령부 및 해병대 1사단이 있는 포항은 240~300㎢가량이 해일·홍수 등 침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포항 전체 면적(1130㎢)의 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등이 위치한 제주도는 180~240㎢가량이 침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 등 핵심 부대가 집중된 진해, 제3함대사령부가 위치한 목포 등도 약 60~120㎢가량이 침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공군 제38전투비행단 및 미 7공군의 제8전투비행단 등이 있는 군산 역시 2080년 기준 동일한 면적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다만 이는 바다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는 '영구적 침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사용이 많이 늘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예측모델이 무조건적으로 현실화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기후위기가 향후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최근 34년(1989~2022년) 동안 한국의 연안 해수면은 연평균 3.03㎜씩 상승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최신 자료인 제6차 평가보고서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미래 해수면 상승을 분석 중이다. 이에 따르면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선 해수면이 2050년까지 20㎝, 2100년까지 4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이 전망 값은 2050년까지 25㎝, 2100년까지 82㎝로 늘어난다.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의 고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보다 2100년 기준 해수면 상승 예측치가 약 9㎝ 올라간 것으로, 미래로 갈수록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군 당국도 기후변화를 주요 안보 변수 중 하나로 인정하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항공 작전 분야의 영향성을 분석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이를 토대로 주요 연안 기지의 침수 위험도를 판단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나올 전망이다.

본문 이미지 - 지난 8월 대구의 한 군부대 정문 위병소에서 근무자가 냉풍기에 등을 맡긴 채 열기를 식히고 있다. 2026.8.6 ⓒ 뉴스1 공정식 기자
지난 8월 대구의 한 군부대 정문 위병소에서 근무자가 냉풍기에 등을 맡긴 채 열기를 식히고 있다. 2026.8.6 ⓒ 뉴스1 공정식 기자

기후변화의 대표적 양상인 평균 기온 상승 역시 한반도 안보 환경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 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반도 평균 기온은 단기(2021~2040년) 전망 기준 1.6~1.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해수면 상승과 극한 기후 등 '폭발적 재난'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5℃ 상승'을 넘어선다.

기온 상승은 군 장병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며 작전 수행 능력마저 위협하고 있다. 최근 6년간 군 내 온열질환자는 매년 1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4년에는 총 1751명(열사병 158명, 열탈진 1290명 등)의 온열질환자가 나왔고, 역대 두 번째로 더웠던 2023년에도 1413명(열사병 123명, 열탈진 991명 등)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등 기온 상승에 비례한 장병 건강 피해 역시 심화하는 추세다.

아울러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인해 계절성 감염병인 말라리아의 감염 위험도 커졌다. 군 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2021년 40명, 2022년 54명, 2023년 87명, 2024년 88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2025년 70명, 2026년(8월 기준)에도 36명을 기록하는 등 감염 위험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민·관·군 협동 관리를 통해 박멸 단계 진입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5년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다"라며 대응 강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태풍과 대형 산불 등 기후 이상에 따른 기상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수해 복구 및 대민 지원에 동원되는 군 병력과 장비의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본연의 교육훈련과 대비태세 유지는 물론, 투입 장병들의 피로도 누적이 군 작전 수행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2027년에 해수면 온도가 크게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기후변화가 한층 심화할 수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본문 이미지 -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2026 지상군페스티벌' 현장 공개에서 K2전차가 전투시현을 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김기태 기자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2026 지상군페스티벌' 현장 공개에서 K2전차가 전투시현을 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김기태 기자

평균 기온의 상승은 전 지구적 대기 순환 시스템을 흔들어 폭우, 한파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변칙성 폭우 등이 일상화하면 지형 변화에 따른 유실 지뢰로 인한 위험이 커지고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식별이 어려워지는 등 최전방 경계작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집중호우 등이 잦아지면 수분을 흡수한 지반이 늪지처럼 물러지는 DMZ의 '라스푸티차'(진창) 현상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차 등 기동 전력의 진입을 마비시켜 유사시 우리 군의 실제 지상 작전 수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지에 기고된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지상 작전 영향' 연구 논문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동성 확대는 도하 및 수색 작전의 제한을 소폭 증가시키는 등 작전 환경에 불리한 요건을 조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 작전 여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군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활주로 노면 온도가 높아지고 온도지수 제약이 커짐에 따라 항공기 비행 및 지상 작전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군수·정비 매뉴얼은 과거의 기후 여건만 반영하고 있어 한파 등 극한 상황에서 무기 체계 가동률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백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자원연구센터 연구원 등 3명이 최근 발표한 '동계 작전 환경을 반영한 전시소요 산정 체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계절 환경은 전시 군수 소요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보고서는 한파 등 겨울철의 극한 상황이 장비 고장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신 예열 사격을 위한 추가 탄약 소요, 적설 지역 내 동일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사격량, 동결 토양 파괴를 위한 추가 자재 소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말초혈관 수축에 따른 동상 등 한랭 질환과 호흡기 질환 발생도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기후 전문가는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국소 지역별로 상세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 군 자산이 어떤 취약성에 노출돼 있는지 선제적인 취약성 평가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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