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3일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대면한 두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 차원에서 두 달 만에 재회한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일관계의 '미래'와 '과거사'를 모두 챙기며 일본과의 거리감을 더욱 좁힌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초청으로 오는 13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다. 이번 방일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이자, 다카이치 체제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선거구다. 또한 고대사 차원에서도 백제의 인적·기술·사상적 기여에 큰 영향을 받은 곳이다. 1500년 전 백제계 이주민들은 일본 고대국가 형성과 '아스카 문화'(백제의 영향을 받은 일본 최초의 불교 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 총리의 고향이자 한일의 오랜 접점을 상징하는 곳을 찾는다는 것은, 이번 만남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다. 한일 정상은 '지방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내세워 양국 간 유대감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양 정상의 개인적 유대를 더 깊게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발전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지난 4~7일, 중국 국빈 방문 직후 이어지는 올해 두 번째 정상외교 일정이다.
중국은 지난주 이 대통령의 방문 때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 국면에 있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한국에게도 '올바른 입장을 정리하라'라며 일본과의 밀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중국은 '항일 투쟁'이라는 한중 양국의 역사적 공통분모를 부각하면서 일본에게 '한중 밀착'을 통한 압박 전략을 펼쳤다.
일각에선 이것이 한일 정상회담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이 이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일본에 전하면서 압박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당장은 한일관계 발전에만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 결과를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미 '4가지 성과'를 발표할 준비가 되는 등 한일 간 소통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일은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미진했던 과거사 관련 논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실장은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 때 130여 명의 조선인 강제 노동자들이 징용된 해저 탄광으로,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면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수몰된 곳이다.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이 이곳을 과거사 문제 협의의 '새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탄광 붕괴 때 일본인 관리자들 40여 명도 함께 매몰된 곳으로, 일본 내에서도 유해 발굴 등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곳이기 때문이다.
한일은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나 사도광산 등에 대한 조선인 강제 징용 등 양국이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현안 대신, 공동 대응이 가능한 과거사 사안부터 '새로운 출발점'을 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위 실장은 관련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CPTPP는 일본 주도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이재명 정부는 CPTPP 가입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한 한일 협력, 그리고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도 이번에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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