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지난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10년을 맞았다. 최근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전면 복원되고 경제·안보 협력 기조도 이어지며 양국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관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현안은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채 남아 있어, 한일관계의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28일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내각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 표명과 화해·치유재단 설립, 재단에 대한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자를 골자로 했다.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라는 문구가 포함됐고, 일본 정부는 이후 이 합의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종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합의 발표 직후부터 논란은 이어졌다. 정부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특히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과 위안부들의 피해를 상기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만든 소녀상 이전 문제를 부속 조건으로 다룬 점이 비판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이어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합의에 절차적·내용적 흠결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고, 2018년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 출연금과 한국 측 출연금의 처리 문제는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았다.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존재하고, 합의에 따라 추진돼야 할 상징 사업 역시 이행되지 못하면서 위안부 합의는 '미완의 합의'로 남았다.
위안부 합의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에는 소녀상 문제도 포함돼 있다. 2015년 합의 당시 한국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에 대해 사실상의 이전 혹은 철거를 시사하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소녀상은 이전되지 않았다.
일본은 이를 두고 한국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소녀상 문제가 외교적 합의의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해 왔다. 소녀상은 합의의 본체와는 별개로,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불신과 갈등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는 전반적으로 복원 흐름을 보였다. 한국인 노동당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 방안'에 한일이 합의하며 외교적 교착이 완화됐고,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도 재개됐다.
이 대통령의 기조는 한일관계를 '투 트랙'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진 않지만, 과거사 문제가 한일 공동의 외교적 현안이나 협력 사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게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21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로서 약속을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2015년 위안부 합의와 2023년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사도광산 강제징용과 같은 과거사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면서도 "이것을 과제로 안고 있으면서, 그 문제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연결시켜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태도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일본은 지난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를 알리는 전시물 설치와 한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동 추도식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추도사에 '강제징용'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동 추도식은 2년째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또 일본은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문화유산 관리 이행보고서에도 '강제성' 관련 표현을 전면 배제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유의미한 대응 조치를 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현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일 뿐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화해·치유재단 이사를 지낸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합의가 전혀 없었던 사안은 아니지만, 합의의 본체인 기금 처리와 후속 절차가 공중에 떠 있다"며 "합의를 다시 고치기보다는 남아 있는 이행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마무리할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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