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의 숙원사업인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30일 도널드 대통령의 '승인' 선언으로 본격화했다. 안보 분야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능력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반발하는 중국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인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승인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필요성에 공감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라고 밝혔다.
핵추진잠수함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과 재래식 무기만 탑재하는 핵잠수함(SSN)인데, 핵무기 탑재 여부에 따라 전략적 성격도 달라지지만 선체의 크기 등에도 차이가 있어 활용 목적이 달라진다.
다만 핵 연료를 사용해 장기간(2~3개월) 잠항이 가능해 적의 탐지 및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추진잠수함의 공격 능력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된다.
그 때문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불편하게 생각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때에도 호주에게 핵추진잠수함 공급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국에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통해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미국의 전반적인 '대중 견제' 정책의 일환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차세대 추진력'을 갖춘 신형 잠수함을 보유한다는 국방 정책을 수립했는데, 이 역시 사실상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선 이런 동향이 미국이 동맹을 활용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안보 파트너십이 발표된 직후, 크게 반발한 전례도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중국이 설명을 요구하는 등 한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표현은 단순히 북쪽, 중국 방향의 우리 해역 인근에서 출몰하는 잠수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대응 수위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가 지난 2016년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뒤 중국이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가 2500㎞로,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경제적 보복 조치를 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11월 1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면서다.
중국의 초점이 미국의 인태 전략에 대한 반발에 맞춰질 경우, 이 사안을 한중 양자 문제로만 대응하지 않고 더 확장할 수도 있다. 북한·러시아와의 3각 밀착을 더 강화하면서 한국은 괴롭히고 미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한국이 반발하는 것을 잠재우는 데 이 사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이 전략핵잠수함이 아닌 방어적 목적의 재래식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의 반발도 일정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잠수함의 특성상 사드 체계와 같이 고정된 무기체계와는 운용 성격이 달라 중국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보다 용이하게 관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한중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도 핵추진잠수함을 여러 척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한미 간 관세와 안보가 패키지로 진행되는 걸 중국도 아는 상황"이라며 "핵추진잠수함 도입도 그 일환으로 볼 것이다. 이번 사안이 한중관계 악화로 번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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