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이시바 퇴진 위기에…뚝 떨어진 한일관계 동력

자민당·연립 여당, 참의원 선거서 과반 확보 못해 '퇴진 압박' 높아져
李-이시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공감했지만…셔틀외교 재개 불투명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개표 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7.2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 선거 개표 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7.2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의석수의 과반 유지에 실패하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퇴진 압박까지 받는 이시바 총리의 위기는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합의한 한일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21일 나온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때도 과반 유지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패배'했다. 자민당 정권에서 중의원·참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지키지 못하는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된 것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30%대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한 이시바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퇴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협상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유로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 내 여론은 좋지 않다.

이시바 총리는 한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소위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다. 총리 취임 전인 2019년 8월 한일관계가 좋지 않을 때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 내에서 혐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그는 '일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통화와 지난달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 합의하며 한일관계가 빠르게 강화되는 기류였다.

그러나 이번 참의원 선거 참패로 이시바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몰리며, 한동안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치에 힘을 쏟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참패 원인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불법 비자금 문제로 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과, 쌀 등 생필품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현금 2만 엔 지급'이라는 경제 대책이 선심성 정책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치를 다스리는 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의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한일 정상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러한 일본의 상황에서 당장 연내 추가적인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한일관계의 진전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첫 성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은 실용외교에도 일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본문 이미지 - 20일 일본 도쿄의 개표소에서 일본 야당 참정당의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가 기자들과 대화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5.07.20.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20일 일본 도쿄의 개표소에서 일본 야당 참정당의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가 기자들과 대화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5.07.20.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아울러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군소 정당인 참정당이 약진한 것은 일본 '민심'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종전 2석을 보유했던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14석을 확보했다. 선거 대상이 아니었던 1석을 포함해 총 15석을 확보한 참정당은 참의원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준(11석)을 채우게 됐다.

참정당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튜브로 백신 접종과 세계 엘리트 집단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며 탄생한 극우 포퓰리즘 정당으로, 이번 약진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극우 정당에 주목하는 사회 분위기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지율 회복이 절실한 이시바 총리가 한국을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론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의 입장에선 더 상황이 좋지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포스트 이시바'의 후보군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거론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한일관계 기조는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이시바 총리의 유연한 기조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의 경우 자민당 내 '극우'의 대표 주자로, 그는 자신이 총리가 돼도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집권 시 한일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내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고 자민당의 당원 수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이런 가운데 자민당의 보수화가 짙어지면 역사 문제, 영토 문제, 한일관계에 있어선 더욱 강경하게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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