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안돼 月 2261만원 부담…정부는 환자 절망, 수명 직시해야"

[희귀질환 인터뷰] VHL 환자 돌보는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매우 안타까워…환자 젊어, 불필요한 수술 줄일 약의 가치 고려돼야"

본문 이미지 -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상당수 폰히펠린다우 증후군(VHL)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뉴스1에 "제 환자 중 치료제 '웰리렉'(성분명 벨주티판)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달 약값만 2261만 원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장애를 예방하는 이 약의 가치는 단순 비용 대비 효과를 넘어선다. 정부와 제약사 모두 경제적 흥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약이 폭넓게 사용되면 환자의 수명 연장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은 종양 억제 유전자 중 하나인 'VHL 단백질'의 변이로 발생한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의사 폰히펠과 병리학자 린다우의 성을 따왔다. 우리 몸 여러 장기에 종양을 유발함으로써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신장, 췌장 등에서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신장암을 전문으로 진료·연구하고 있는 그는 "유전자 변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이 질환의 핵심적 문제"라면서 "종양은 계속 발생하고 추적 관찰하며 수술로 절제하는 일 외에 달리 치료 방법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환자에겐 신장암, 뇌와 망막의 혈관모세포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장암 반복 발생에 따른 절제로 결국 투석이 필요한 상태가 되는가 하면 뇌혈관모세포종 절제 수술 과정에서 정상 조직 손상이 불가피해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눈에 발생하면 실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본문 이미지 -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3만 6000명당 1명에 발생, 국내 환자는 200명 이하로 추산된다. 연세암병원에도 상당수가 내원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받지 않은 채 종양이 생긴 부위에 수술만 반복하는 국내 환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와 환자 모두 인지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는 "신장암 진단, 검사 과정에서 발견될 수도 있고 혈관모세포종 진단 후 유전자 검사로 알게 될 수도 있다"며 "유전질환이라, 환자 부모 중 한 분은 일찍 돌아가신 경우도 많다. 수년간 수술만 반복하다 진단되는 경우도 있어 허탈감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모계 또는 부계 유전인지를 확인한 뒤 친척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 환자에게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검사도 당부한다. 그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 종양 등이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다. 주기적인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약이 개발, 도입되기 전까진 종양을 잘라내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수술을 무한정 반복할 수도 없다. 잦은 수술은 투석·마비·실명 등의 후유증을 부를 수 있다. 또 사회생활을 유지해야 할 환자들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변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수년 전부터 치료제가 개발, 보급됐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23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엠에스디(MSD)의 웰리렉이라는 약이다. 임상 연구를 통해 신장암 등 종양 크기와 수술 빈도의 감소가 규명됐다.

그는 "수술 빈도 감소는 신장 기능 보존, 투석 위험 감소 등을 의미한다. 젊은 환자에게서 장기 보존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약의 존재를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며, 환자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진료받고 있는 환자 중 웰리렉을 복용 중인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건강보험 비급여로 한 달 약값이 2261만 원에 달한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정해진 용량보다 줄여 복용하는 환자도 있다고 전해지나,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확립된 근거는 없다고 한다.

본문 이미지 -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김창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그는 "환자들은 대부분 젊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며 "유전질환임을 알게 돼 심리적 위축이 상당한 데다 약이 있는데 (비용 부담으로) 쓸 수 없다는 절망감도 크다. 언젠가 장애가 생기거나 투석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학적 타당성은 연구로 입증돼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이 약의 의학적 의미를 경제적 흥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약 개발에 드는 비용,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사·연구자들의 노력에 상응하는 가치 인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그는 환자와 가족에 "이 질환은 여러 분야 전문가의 다학제 진료가 꼭 필요하다. 전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적어도 한 번은 진료받아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언젠가는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연락드릴 생각"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자고 격려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사·의학석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대학대학원 이학박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임상조교수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비뇨기암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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