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간 '폰히펠린다우 증후군'(VHL)이라는 중증난치질환을 앓으며 수차례 수술대에 올랐던 환자 정 모 씨(34·남)는 최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치료제 '웰리렉'(성분명 벨주티판)의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은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 중 하나인 'VHL 단백질'의 변이로 발생한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의사 폰히펠과 병리학자 린다우의 성을성을 따왔다. 우리 몸 여러 장기에 종양을 유발함으로써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신장, 췌장 등에서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 씨는 "평생 고가의 검사를 반복하고 종양이 커질 때마다 수술대에 오르며 치료받아야 한다. 후유증이나 장애가 남으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며 "약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고 수술을 줄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환자와 사회에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던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의사 소견을 거쳐 정 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그렇게 20년간 안과 주사 치료, 망막 수술, 머리 감마나이프 치료, 목과 척추 종양 제거를 위한 많은 수술 등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주변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암에 걸렸다", "죽는 병이다" 같은 말이 들렸고, 병의 정보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왜 걸렸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그는 "너무 힘들어 어린 시절 자신을 해친 적도 있었다. 무서웠고 현실적인 벽이 보였다"고 말했다.
버티기 위해 운동을 하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려 봉사활동도 진행하나, 새 병변이 발견되는 날이면 마음이 무너졌다고 한다. 그는 병원 여러 진료과에서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치료를 받고 있다. 몸 여러 군데에 계속 종양이 생길 수 있어 전신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신경외과에서 뇌, 목, 척추 쪽 병변을 관찰하고 있으며 왼쪽 눈은 병변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상태나 다름없어 안과 치료도 받고 있다. 그는 "오른쪽 눈에 의지하고 있는데, 이마저 2년 전쯤 새 병변이 발견됐다. 이 눈도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비뇨기과에서는 신장과 고환을 관찰 중이다. 고환의 병변도 큰 편이며 신장암 판정도 받았다. 오른쪽 신장을 치료하니, 왼쪽 신장에도 최근 암이 발견됐다. 소화기내과를 통해선 췌장, 간, 위장의 종양을 추적 관찰하고 있다.
특히 췌장에는 종양이 너무 많아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지금은 더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하나를 치료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또 시작된다. 계속 이렇게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어디서 또 종양이 생길지 몰라 긴장한다. 20년간의 병원 생활은 죽어서도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라면서 "약이 절실하다. 수술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상태만이라도 유지되기를, 환자에게 삶을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대로, 유전자 변이를 되돌릴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치료제는 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23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엠에스디(MSD)의 웰리렉이라는 약이다. 종양 크기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커지는 걸 억제하는 효과를 가졌다.

현재로선 매달 2261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환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2024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논의(적용 시 약값 10%만 부담)가 이뤄졌지만, 적정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를 두고 일부 환자 등은 공론화를 이끌어 5만여 명의 청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청원이 끝난 뒤 환우 단톡방을 알게 돼 거기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환자 수가 많지 않음에도 5만여 명이 동의했다면, 이 문제가 절박하다는 의미"라며 "환자로서는 시간이 그냥 흐르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장기를 잃고 시력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환자 개인만 힘든 병이 아니다. 가족 전체가 같이 무너진다"며 "약의 부작용도, 값이 비싸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약이 있는데 돈이 없어 못 쓰는 현실은 너무 잔인하다. 기회가 필요하다. 단계적으로라도 급여가 적용됐으면 좋겠다. 치료를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 살고 싶다. 저를 포함한 우리 환자들은 일하고 싶고 가족을 지키며 평범하게, 사회 안에서 제 몫 하며 살고 싶다"면서 "단순히 약값을 줄여달라는 문제가 아니다.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꼭 급여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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