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의대, H프로젝트로 백신주권 확보…연구중심 의대 전환"

[인터뷰] 편성범 학장 "2028년 한타백신 1상 완료해 보건안보 기여"
정몽구미래의학관에 '민간최대' A/BSL-3…"정부 방역 도와 국민 보호"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 미래의학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 미래의학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1928년 설립된 고려대 의과대학은 전통은 계승하는 한편 연구 역량 강화를 통해 지식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로 거듭나며 새로운 100년을 맞이한다는 각오다.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지난 1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고대 의대는 단순히 진료 인력을 양성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식 생산자를 기르는 교육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는 조선여자의학강습소로 출발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사명으로 삼아왔다. 편 학장은 "남성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배제됐던 여성들의 진료 접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학교"라며 "소외된 노동자·지역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지금도 고대 의대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체성은 병원 설립에도 반영됐다. 구로병원과 안산병원은 구로공단, 반월산단 등 산업단지의 의료 수요를 위해 건립됐다. 편 학장은 "강남에 병원을 세웠다면 '빅5'에 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는 소외된 산업단지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본문 이미지 - 지난달 16일 준공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미래의학관.(고려대의료원 제공)
지난달 16일 준공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미래의학관.(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대는 연구중심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 최초로 구축한 '백신혁신센터'는 팬데믹 당시 고려대 감염병 교수진의 활약을 계기로 설립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기부금 100억 원을 기반으로 한 이 센터는 'H 프로젝트'를 통해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팬데믹 목록에 추가한 '질병 X'(Disease X, 미제 질병)으로 아직 미국 식약처(FDA) 승인을 받은 백신이 없다. 편 학장은 "2028년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면 고려대 의과대학이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에 대한 유무형 자산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H 프로젝트의 사업 모델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편 학장은 "옥스퍼드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생산원가 수준 공급' 원칙을 유지한 것처럼 고려대 의대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술이전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H 프로젝트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50억 원을 지원했으며 고려대 의대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감염병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공공성을 갖춘 대학의 백신 연구에 정부가 더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그래야 연구의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H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정릉캠퍼스 정몽구미래의학관에는 국내 민간 최대 규모의 A/BSL-3 생물안전시설이 함께 구축됐다. 신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검체를 분석할 임상시험검체분석 실험실도 마련됐다. 편 학장은 이 시설에 관해 "어떤 팬데믹이 와도 정부 방역 대책을 도와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미래의학관 내 백신혁신센터.(고려대의료원 제공)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미래의학관 내 백신혁신센터.(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대는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mRNA백신 기술을 뛰어넘는 자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편 학장은 "mRNA 백신 기술은 외국 제약회사가 개발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데다 백신 공급 우선순위에서 뒤처진다"며 "자체 플랫폼 기술 개발에서 매우 괄목한 연구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 의대는 2027년 기존의 '예과 2년+본과 4년' 체계에서 6년 통합 교육과정으로 학제 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 윤리 교육을 전 과정에 반영하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해외 연수와 집중 연구 학기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편 학장은 "입학생 중 약 10%는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선발해 예일대, 스탠퍼드대 등과 연계된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체 입학생의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을 이끌 교수진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의정갈등을 거치며 교수들이 떠나는 다른 대학과 달리 고려대 의과대학은 오는 9월 1일 자로 교수 40명을 신규 채용한다. 편 학장은 "이로써 전체 교수 수는 580명을 넘게 된다"며 "학부 학생 수가 600여 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교수 대 학생 비율이 거의 1대 1에 달하는 것으로 파격적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편 학장은 고려대 의대가 추구하는 미래상을 세 가지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첫째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전통을 계승하고 둘째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을 통해 혁신 인재를 양성하며 셋째는 연구중심 의과대학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의학지식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6년생 △고려대 의과대학 석·박사 △미국 보스턴대 교환교수 △미국 UC어바인 재활의학과 교환교수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조교수 △고려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부교수·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장 △고려대 의과대학 학장

본문 이미지 -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 미래의학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이 1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몽구 미래의학관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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