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K-헬스미래추진단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추진해 점점 현실화되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를 위해 △ABC-H 프로젝트와 △DEF-H 프로젝트라는 두 개의 거대한 방어축을 세웠다.
ABC-H 프로젝트가 뇌인지예비력 관리를 통해 치매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정신적 방어선'이라면, DEF-H 프로젝트는 노쇠로 인한 신체 기능의 급격한 붕괴를 막는 '물리적 방어선'이다.
치매도 넓은 범위에서 '노쇠'의 결과물로 볼 수 있어, 이 두 프로젝트는 극초고령사회를 지탱할 거대한 두 기둥이자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여겨진다.

추진단은 DEF-H 프로젝트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형 R&D'를 도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과 고려대학교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이 각자 솔루션을 개발한 뒤 평가를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식이다. 1단계 연구가 마무리되는 2027년 하반기에 단계 평가를 통과한 한 팀이 2029년까지 연구개발을 이어나간다.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은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노쇠 관리 예방 서비스'(Frailty Risk Assessment and Intervention Leveraging Multimodal Intelligence for Networked Deployment in Community Care)라는 의미로 'Frail-Mind'라는 이름을 지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기본의료 정책에 발맞춰 지역과 필수, 공공의료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지원할 노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주관 기관을 맡고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원주) △분당차병원 △차헬스케어 △원스글로벌 △알에스리햅 △더존비즈온 △엑소시스템즈 △메가존클라우드 등 10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승규 K-헬스미래추진단 PM은 "ABC-H 프로젝트가 뇌인지 트윈으로 치매에 대한 정밀한 예측을 노린다면, DEF-H 프로젝트는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해 어르신들을 장기요양 상태로 빠뜨리는 '임계점'을 막는 것"이라며 "두 프로젝트가 결합할 때 비로소 2050년의 사회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첫 번째 목표는 노쇠에 특화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F-MFM)을 개발하는 것이다. F-MFM은 노쇠의 악화를 예측하고 가장 효과적인 중재 방안을 융합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연구팀은 혈액 바이오마커부터 의료 영상, EMR 기록, 라이프로그까지 9종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학습하는 전략을 택했다. 주관연구개발기관 연구책임자인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노쇠의 진행이 매우 복합적이기에 단일 데이터만으로는 그 이면을 읽어내기 어렵다"며 "초거대 AI를 통한 데이터 학습이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디지털 혁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노인병내과) 또한 "노쇠는 특정 시점에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의 노인 및 노쇠 특화 데이터를 활용해 병원과 일상을 빈틈없이 잇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면 진정한 '예방 의학'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된 F-MFM에 능동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기술이 더해진다. 이재진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는 "에이전틱 AI를 통해 단순 수치 분석을 넘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고령자 한 분 한 분의 미세한 노화 패턴을 읽어내어 가장 적절한 시점에 최적의 맞춤형 중재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AI가 단순 위험 신호를 알리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 개발하는 F-MFM 기반 에이전틱 AI는 실시간 분석을 통해 △의약품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약물 위험 예측 및 복약 관리 △근전도 기반의 맞춤형 운동 및 구강 노쇠 관리 △임상 데이터 기반의 영양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Frail-Mind팀의 목표는 75세 이상 고령층의 '노쇠 이행률'을 15% 이상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대한노인회 등과 연계해 고령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노인내과,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더존비즈온, 원스글로벌, 알에스리햅, 엑소시스템즈, 메가존클라우드, 차헬스케어 등 의료와 IT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관들의 참여 또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승규 PM은 "노쇠는 보이지 않는 재난과 같다"며 "Frail-Mind 팀이 성공할 경우 병원과 가정의 경계를 벗어나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방패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병원과 가정, 공공 의료 체계를 하나로 잇는 견고한 노인 건강 안전망을 관계 당국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ggod6112@news1.kr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극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205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인 '후기 고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통해 고령화 난제 해결을 위한 두 개의 방어축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DEF-H 프로젝트'다. 뉴스1은 이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2개 연구팀의 전략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