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가 최근 10년간 유전자가위 관련 연구개발(R&D)에 6231억 원을 투입했지만,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화로 이어지는 데는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전자교정 작물과 산림 분야에서 특허·기술이전·신품종 개발 등의 성과가 나왔음에도 현행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에 따른 규제로 후속 실증과 상용화가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부처와 소관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유전자가위 관련 국가 R&D는 22개 부처·기관에서 총 446건 진행됐다. 정부지원연구비는 6230억 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유전자가위는 크리스퍼(CRISPR) 등을 활용해 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기술이다. 작물·수산물 품종개량부터 난치질환 치료 연구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부처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기관이 128개 과제에 3580억 4000만 원을 지원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건복지부 및 소관기관은 155개 과제에 1442억 원, 농촌진흥청은 121개 과제에 667억 3000만 원을 투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은 23개 과제에 310억 8000만 원을 지원했다.
정부 지원은 실제 연구성과로도 이어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유전자교정 감자 신품종 육성 연구에서 특허 3건과 논문 4건을 확보했다. 농촌진흥청이 지원한 다수확 유전자교정 토마토 연구에서는 논문 6건, 특허 3건, 기술이전 1건과 우량계통 개발 성과가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한 세대 만에 근육량이 25% 증가한 넙치를 개발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국내 산림 분야 최초로 유전자교정 포플러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연구성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다. 현행 LMO법은 유전자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생물체도 기존 유전자변형생물체(GMO)와 같은 규제 체계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래 유전자가 남지 않는 유전자교정 작물 등도 위해성 심사와 야외시험 과정에서 제약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 현장의 지적이다.
농촌진흥청 제출자료에서는 실증 단계에서 사업화하지 못한 사유로 LMO 규제가 명시된 유전자교정 작물 연구가 34개 과제, 정부지원연구비 185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산림청 역시 외래 유전자가 잔존하지 않는 유전자편집 식물도 LMO 규제 대상에 해당해 야외시험과 후속 실용화 연구 추진에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R&D 지원액에는 인간치료제 분야 등 LMO법 적용 대상이 아닌 연구도 포함돼 있어, 전체 예산을 규제에 막힌 연구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규제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2년 유전자가위 기술 등에 대한 위해성 심사 면제와 개발·실험 신고제 도입 등을 담은 LMO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최 의원은 2024년 9월 외래 유전자를 새로 도입하지 않고 기존 유전자를 교정한 생물체를 기존 GMO와 구분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LMO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정부가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와 기술이전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규제에 막히고 있다면 국가 R&D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세금으로 확보한 연구성과가 규제 때문에, 연구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LMO법 개정 논의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따른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