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도 발도 못 움직였는데"…결핵환자들이 다시 살아가는 곳

서울역 인근 취약계층 결핵환자 주거·관리 시설 '미소꿈터'
병원 연계, 자립 지원도…"자립 기반 마련 함께 이뤄져야"

본문 이미지 - 12일 서울역 인근에 있는 취약계층 결핵환자 주거·관리 시설 '미소꿈터'에서 김진호(가명, 61)씨를 만났다. 지난 2024년 크게 다쳐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시설의 재활치료 연계 서비스를 통해 손을 다시 구부리고 펼 수 있게 됐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12일 서울역 인근에 있는 취약계층 결핵환자 주거·관리 시설 '미소꿈터'에서 김진호(가명, 61)씨를 만났다. 지난 2024년 크게 다쳐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시설의 재활치료 연계 서비스를 통해 손을 다시 구부리고 펼 수 있게 됐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12일 서울역 13번 출구 인근에 있는 취약계층 결핵환자 주거·관리 시설 '미소꿈터'. 간병인 김원국 씨는 환자 20명의 약을 시간대별로 나눠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핵약은 종류별로 약이 다르고, 복용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약이 독한 탓에 부작용이 커 환자마다 맞춤 복약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고령층 환자의 경우 건강·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식사도 치료의 한 축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간병인 2명과 함께 간호사, 사회복지사, 조리사 등 9명이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안열 미소꿈터 소장은 "결핵약이 독해 속이 불편하거나 복용을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며 "동반 질환으로 다른 약을 먹고 있을 때는 조절이 필요해 매일 때에 맞춰 환자 개별 복약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소꿈터는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 결핵 환자들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퇴원 후 갈 곳이 없고 스스로 복약관리를 하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에게 주거와 함께 식사, 복약 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동반 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병원을 연계하고 상담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질병관리청과 서울시의 예산·사업 지원을 받는다.

시설은 4층 규모로 최대 25인을 수용할 수 있다. 1층은 사무실로 활용하고 2층은 식당과 관리실, 3층과 4층은 주거시설과 휴게실로 쓰인다. 현재 결핵을 치료하는 20명이 생활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53세 수준이다. 기자가 방문한 오후 2시 무렵에는 4명 정도만 시설에 머물고 있었다. 대부분은 병원 진료나 산책, 공공일자리 활동을 위해 외출한 상태였다. 창밖으로는 열차가 지나가는 소음과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

도시 소음이 직접적으로 들리고 벽지와 바닥이 다소 노후화된 모습이었으나 시설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구석구석에는 환자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소파와 운동기구 등이 놓여있었다.

본문 이미지 - 간병인 김원국 씨가 환자들의 약을 정리하고 있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간병인 김원국 씨가 환자들의 약을 정리하고 있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이날 만난 김진호 씨(가명, 61세)는 시설 이용자 가운데 한 명이다. 부산에서 정비사로 일했던 그는 지난 2024년 자살을 시도했다.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손과 발을 거의 움직이지 못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치료 중 결핵 판정을 받았고, 질병관리청이 지원하는 결핵안심벨트 사업을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전원 됐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차차 호전돼 지난해 1월 미소꿈터에 입소했다. 현재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기자 앞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처음에는 손도 못 쓰고 어깨도 돌아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과 어깨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매일 재활치료를 받으며 퇴소 후의 자립을 위해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김 씨는 "여기 와서 다시 살았으니까 이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재활을 받을 수 있게 병원을 연결해 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셨다"고 했다.

다 나으면 어디로 갈 생각이냐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던 그의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김 씨는 "나가게 되면 당장 갈 곳이 없어 걱정된다"고 말하면서도 "시설에서 수급을 받을 수 있게 알아봐 주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미소꿈터는 김 씨처럼 결핵은 완치됐지만 다른 동반 질환으로 퇴소 후 자립과 건강 회복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그 이후 삶은 다시 환자의 몫이다.

이 소장은 "결핵은 건강이 악화하면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는데, 퇴소 후에 생활 환경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와 연계해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같은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짚었다.

본문 이미지 - 미소꿈터 이용자가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미소꿈터 이용자가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6.3.12/뉴스1 조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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