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사망으로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 훈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27도를 웃도는 날씨에 군기 훈련을 받고 쓰러진 훈련병은 체온이 40.5도인 채로 병원 이송됐으나 이틀 뒤 숨졌다.
사망한 훈련병은 20~25㎏의 완전군장 차림으로 1.5㎞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군장에 책을 넣어 무게를 늘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규정을 어긴 정황을 확인했다"며 훈련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직무배제 조치하고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 군 규정에도 현장서 유명무실…"숙지 게을리했을 가능성"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군기 훈련은 상관의 임의적인 지시가 아닌, 군 규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육군 규정 120'에 따르면 지휘관은 하루 2시간 이상 군기 훈련 지시를 할 수 없으며 1시간 초과 시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또 완전군장 차림으로는 구보가 아닌 걷기만 가능하며 1㎞ 이내로 최대 4회 반복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는 맨몸으로만 가능하다.
이 같은 규정은 간부의 임의적인 처벌을 제한하고 훈련에 따른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선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고는 체벌이나 훈련이 아닌 '괴롭힘'이었으며 규정에 대한 간부 인식이 희박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업무에 큰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숙지를 게을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군인권센터 소속 김형남 사무국장은 "규정이 있어도 명령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군기 훈련이 이뤄질 수 있다"며 "군기 훈련 후 상급 부대에는 규정에 맞게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병영생활 규정에 따르면 군기 훈련을 실시할 경우 1년에 2번 장성급 부대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특히 사고 부대가 훈련병 교육이 이뤄지는 훈련소라는 점은 사안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훈련소는 사회에서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병들을 교육하는 만큼 일반 부대보다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 위원은 "훈련 담당자는 누구보다 규정을 잘 알아야 하는데 숙지가 되지 않았다는 건 군 전반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며 뼈아픈 얘기"라고 꼬집었다.
◇ "규정 숙지 넘어 군 훈육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져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규정 숙지, 군 훈육에 대한 근본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규정을 따라야 관계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며 "규정 숙지를 불편하게 인식할 게 아니라 범위 내에서 잘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국장은 "기본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 권한은 통제를 벗어날 위험을 갖고 있다"며 "얼차려 훈육에 대한 근본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