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과 중국 정부가 대만 관련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여전히 갈등을 이어가면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달 31일 양타오(楊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국장과 만났을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을 요청한 데 대한 질의에 "미국과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의 구체적인 방미 일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의 중국 방문에 이은 왕 부장의 답방을 시사했단 점에서 '중국도 미국과의 갈등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측의 이 같은 기류는 올 3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제3기' 체제 공식 출범 이후 유럽권에 집중해왔던 대외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시 주석의 최대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로부터 이탈리아가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데다, 올 10월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의'에도 유럽 국가 정상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연결고기로 하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결속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나토는 '전통적' 안보 위협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최근엔 '신흥' 위협인 중국에 대한 견제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그간 패권 경쟁을 벌여오던 미국과의 갈등 관리에 나선 상황은 경색 국면을 이어온 한중관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이 '일대일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 동남아시아 등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된 국가들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우리 정부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추진 등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온 만큼 중국 또한 그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국의 '일대일로'가 동북아시아가 아닌 동남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단 점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순위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계획을 발표한 데다, 중국 또한 반도체 소재로 사용되는 희귀광물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상호 갈등 요소 또한 계속 쌓여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중국 왕 부장의 방미가 성사되더라도 "미중관계의 급진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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