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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사업 50일…현장 혼선 가중, 법제화는 하세월

의사회·약사회 반대 입장 견고…원산협 "초진 전면 허용해야"
복지부 "법 통과 위해 노력…국회, 8월에나 논의 시작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7-18 06:01 송고 | 2023-07-18 09:36 최종수정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에 앞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이 오는 20일이면 시행 50일을 맞는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 업계는 물론 의료현장, 환자는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대면진료는 현재 동네 의원에서 재진 환자 위주로 시행 중이다. 다만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 불편자 등에 초진과 약 배송이 허용되며, 휴일·야간 소아 진료는 초진의 경우 상담까지 가능하다. 희귀질환자와 수술·치료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급에서도 예외적으로 초진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초진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앱 업계는 한시 허용될 때 상당수 사례가 초진이었다며, 재진으로 제한하면 비대면진료를 사실상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측 의견을 받아들인 보건복지부가 절충안을 마련한 셈인데 불만과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천하는약사회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면 진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2022.4.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실천하는약사회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면 진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2022.4.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최근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사 인식과 정책적 제언'을 주제로 의협 회원 178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비대면진료 허용에 대한 설문에 55.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24.6%, 의견보류가 16.3%였다.

2022년 3월 조사 때는 전체 응답자의 65.2%가 반대했다. 반대 비율이 9.7%p(포인트) 줄긴 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다.
비대면진료를 할 때 '처방 약 제한과 약 배송 필요성'에 대한 조사에는 '그렇다'가 71.9%, '그렇지 않다' 17%, '잘 모르겠다' 9.4% 순이었다. 의정연은 "(비대면진료는)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서비스 제공 수단"이라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단을 내린 상황에서 모든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의사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도 "불가피하게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은 팬데믹 종료와 함께 종료하고 근본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한 임원이 재택 수령 환자가 아닌 이에게도 앱을 통해 약을 배달한 일이 드러나자, 해당 임원을 윤리위에 넘기기도 했다.

반면 앱 업계는 국민 불편을 이유로 여전히 초진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앱 업체들이 참여 중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의료진의 비대면진료 취소율이 시범사업 시행 전 17%에서 최근엔 40%까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원산협에 따르면 야간이나 휴일에 비대면진료 초진으로 약 처방이 불가능하게 돼 소아청소년과 진료 요청 비율은 시범사업 전 19.3%에서 최근 7.3%로 떨어졌다. 원산협은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의 대안으로 비대면진료를 적극 이용하던 육아 부모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산협 회원사들은 지난 6월 30일부터 이용자 의견 수렴을 위해 불편 접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접수된 의견은 지난 16일 기준 약 900건에 달한다. 가장 큰 불만 사항은 초·재진 구분에서 오는 번거로움이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안을 '절충안'으로 표현하며, 향후 법제화할 때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때 관련 질의에 "가장 우선은 국민건강 증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제화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거절률이 높다는 질타와 너무 의료계 의견만 수용해 실시하지 않았냐는 아쉬움과 비난이 있었다"며 "설명을 해 나가면서 현재는 현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일일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한 점은 바로바로 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7월 중 국회 복지위가 열리지 않게 돼 법제화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6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고 앱을 관리·규제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다음 심사 때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대면진료가 빠르게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에 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길어지는 것에는 여야 모두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회의가 열린다면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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