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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지진세 어디에 썼나"…에르도안 흔드는 분노

튀르키예 정부, 24년간 세금 거두고 "이런 지진은 대응 불가"
최악 재해에 20년 장기집권 리더십 흔들…내년 대선 안갯속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3-02-09 13:53 송고 | 2023-03-06 13:20 최종수정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 피해를 입은 남부 카라만마라슈 지역을 방문한 뒤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 피해를 입은 남부 카라만마라슈 지역을 방문한 뒤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위기 대응 리더십이 오는 5월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를 덮친 80년 만의 '최악 지진'에 대한 대응 미흡을 인정한 데다 재해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다.

8일 CNN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주(州) 등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현재 상황은 명백하다"며 "이렇게 큰 재난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지진세'와 관련된 논란에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악의적인 허위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며 "정치적 이익을 따져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이들을 견딜 수 없다"고 맞받았다.

현재 튀르키예 당국은 초기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직면한 상태다. 사망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구조 작업이 더디고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불만이 확산하는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후 돌연 튀르키예에서 트위터 접속이 차단됐다. 지진 피해 지역 순방을 앞둔 에르도안 정권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고의적으로 트위터 접속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징수하는 '지진세'가 가장 큰 화두로 올랐다. 튀르키예는 1999년부터 지진세로만 총 880억 리라(약 5조9000억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만 93억 리라(약 6237억원)를 추징했는데, 대중들은 이 세금이 내진 설계와 같은 지진 대비에 사용됐는지 불분명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메흐메트 알리 카라바케메즈는 CNN에 "그들은 우리 돈을 삼킨다"며 "터키 관리들의 작업은 매우 느렸다. 건물이 조금 흔들릴 때마다 그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보인다"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앙카라 의회에서 정의개발당 의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앙카라 의회에서 정의개발당 의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총리 재임 시기를 포함해 2003년부터 20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도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제 국가 튀르키에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로 지냈고, 2014년 대선을 통해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7년 개정된 터키 헌법에 따라 튀르키예는 대통령제 국가로 전화됐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다.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2033년까지 임기가 연장돼 총 30년의 집권이 가능하다.

이번 지진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30년 집권 연장의 길로 가기 위한 최대 난관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통령의 인기는 재난이 닥치기 전 떨어졌고,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으로 튀르키예가 심각한 생활비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선거는 지진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응을 대중이 어떻게 보는지에 달려 있다"며 전문가들의 엇갈린 견해를 소개했다.

우선 지진 발생 당일 3개월간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리는 등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빠른 대응이 선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커 유럽국장은 "재난의 규모를 감안할 때 대응은 신속하고 상당히 강력했다"며 "이 수준의 대응 강도가 유지될 수 있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튀르키예 싱크탱크 테파브의 애널리스트 셀림 코루는 지진과 물가상승률을 거론하며 "사람들은 비참할 때 변화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튀르키예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케말 킬즈다로글루 대표는 "누군가가 이것의 주된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지진에 대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지진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튀르키예의 심각한 경제난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30년 장기 집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튀르키예는 리라화 약세와 함께 물가상승률이 무려 73.5%에 달하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 발생 이후 튀르키예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금리를 낮추려 하는, 통상적인 경제관념과 어긋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 정책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보다는 부채질한다고 주장하며 금리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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