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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그만]⑥중대재해법, 수사·처벌에만 방점…산업별 특성 고려 필요

사고 건수 따지기보다 중대재해 감소 노력 평가해야
현장 작업자들 안전의식 제고 필요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손승환 기자 | 2022-11-12 09:01 송고
편집자주 1월27일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개월째,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노동 현장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터에서 죽음이 끊이질 않는다. 중대법 시행 후 9월말까지 433건의 중대재해로 446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행 전과 매한가지다. 중대법 그물망도 빠져나가는 구멍이 여전히 큰 까닭일까. 현행 중대법 만으로 막을 수 없는 사각지대를 조명하기 위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적 한계를 6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 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2.10.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 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2.10.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산재 감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기업들에게 또다른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방점을 두면서 중대재해법과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 재해 방지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는 무엇?…산업별 특성 고려 안해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산업군에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건설업, 제조업 등 산업의 특성에 따라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한 대형 로펌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건설업과 제조업 등 산업군에 따라 환경 자체가 다른데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며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건수를 따지기 보다는 중대재해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용노동부에서 안전예산을 늘려도 사고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교육을 늘리고 안전 담당자를 확충한다고 산업재해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대표이사를 처벌하는 법령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어떤 기업에서는 안전 담당자에게 안전 관련 전권을 위임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대표이사가 처벌받으면 권한도 없는데 형사책임만 지는 것"이라며 "실제로 총괄하는 사람이 아닌데 처벌받으면 기업들이 법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 법이 지나치게 수사와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점과, 법적 면책을 위해 기업이 대응하려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안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기업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2.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2.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처벌 강화보다는 기업 자발적 노력 유도 필요

조현지 노무법인 가경 노무사는 "노동현장에서 중대재해는 상시 근로자수 50인 이하 사업자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사업장들은 올해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작은 사업장들은 어떻게 해야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처벌 강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현재 법을 보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자를 처벌하는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지만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관점에서는 실효성이 낮다고 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법에 규정된 조치와 관련한 매뉴얼도 없고, 법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산업군별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보건에 대한 조치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법이 다듬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는 작업자가 안전장구 등을 착용 거부하는 사례도 있고, 장구 착용을 강제하면 작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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