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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전에도 선제공격'… 5대 조건 통해 핵사용 문턱 낮춰

'핵보유국' 선언 9년 만에 핵공격 명시한 법 제정
"가장 공세적인 핵교리"… 김정은에 결정권 부여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2022-09-13 12:05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구체적 조건과 원칙을 법으로 명시했다. 비핵전(非核戰) 상황에서도 북한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선제 핵타격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며 대남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핵무력정책법)란 새 법령을 채택했다. 북한의 이 법은 '핵무력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 등 모두 11개조 23개항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5가지로 상세히 규정했단 점이 특징이다. 북한은 2012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하고, 2013년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란 법령을 채택했으나 핵무기 사용 조건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핵무력정책법'에서 제시한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나 국가 핵무력 지휘 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해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이다.

북한의 이 같은 핵무기 사용 조건은 사실상 핵을 방어용이 아닌 선제공격용으로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경우' 등의 문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자의적으로 핵공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우리 군 관계자도 "북한이 사실상 어떤 상황에서든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북)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킬체인'을 비롯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 등 우리 군의 한국형 3축 체계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군 관계자는 "한미 당국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이미 예상하고 대비해왔다"고도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법령에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란 표현이 들어간 건 김 총비서 등 수뇌부 제거를 목표로 하는 한미 군 당국의 '참수작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무기 선제 사용에 대한 엄포를 놓음으로써 참수작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이번 법령에 담겼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 발사.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2.5.25/뉴스1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 발사.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2.5.25/뉴스1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엔 이외에도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북한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땐 핵으로 자동 반격한다는 것으로서 '김 총비서가 핵무기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는 법령 내용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김 총비서가 핵무기 사용 권한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위임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공개된 법령 내용만 봤을 땐 우발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이번 법령에서 '비핵(非核)국가'라도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핵보유국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정기적으로 연합훈련을 하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무력정책법을 '전 세계 핵보유국 중 가장 급진적이고 공세적인 핵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핵보유국은 핵무기 사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북한처럼 선제타격을 명시하지 않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핵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서 그만큼 공세적임을 보여준다"며 "실제상황에서 그렇게 핵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엔 '외부의 핵위협과 국제적인 핵무력 태세 변화를 항시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게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갱신·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이 전술핵 실전 배치를 공언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제7차 핵실험을 조만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내달 당 대회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예정인 만큼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해 이 기간은 무력도발을 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자제했다.

이런 가운데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일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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