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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만] 화약 냄새 짙은 대만해협…中, '전쟁의 불씨' 댕기나

①'대만 통일' 중국의 역사적 과업 vs 미국의 '중국 견제' 정면 충돌 양상
러의 우크라 침공, 中 결심 부채질 측면…동맹규합 美 억제 효과 분석도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22-08-31 06:00 송고 | 2022-09-27 16:06 최종수정
편집자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핵심이익' 대만과의 통일 과업을 반드시 이룩하겠다 중국의 강한 의지와 대만을 최대 라이벌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는 미국의 전략이 맞부딪히면서 둔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5년 만에 추진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뒤이은 중국군의 대만 봉쇄 훈련,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 개최는 'G2(주요2개국)' 간 대립을 예사롭게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세기 전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미중 충돌은 그간 '블랙스완'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은 과연 대만을 침공할까? 미국은 중국과의 정면 충돌도 불사할까? 대만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양안 갈등이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뉴스1>이 대만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담아 '위기의 대만'을 심층 분석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역대 몇 차례나 전쟁 위기가 불거진 적이 있지만 이번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이 충돌하면서 전쟁 발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대만 전쟁 위기는 표면적으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 반발로 가시화됐지만 중국의 '대만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과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오래된 두 난제 간 충돌이라는 깊은 뿌리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라는 과업을 앞둔 중국은 완전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개의 제도)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미 홍콩과 마카오 등을 사실상 자국 정치체제로 편입했다. 이제 완전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대만 통일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예상밖의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성장 위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의 '권위주의 국가' 견제 등 걸림돌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국내 여론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인 민족주의를 앞세우기 위해 대만통일을 꺼내드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 
또 미·중 갈등 심화 속 중국의 군사력은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만큼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앞선 3차례 대만해협 위기에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서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렸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는 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미국을 억눌러 세계를 중국 질서로 재편하겠다는 야망이 대만해협의 전쟁 위기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는 중국의 대만 통일 욕구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초고강도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전쟁은 6개월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기 공급만 할 뿐 직접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세계 양대 핵강국 간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대만과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 유럽연합(EU) 비롯한 전 세계 산업의 중국 의존도 심화 등은 중국의 침공 결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글로벌 패권국가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중국 견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지배세력이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을 견제하려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냉전시대 러시아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잡았지만 이번엔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급부상하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대양진출을 막는 교두보격인 대만을 중국 체제로 편입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와 배치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부상은 미국뿐 아니라 그동안 미국과 서방이 쌓아올린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국 견제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 내 일부 반대 여론과 중국의 위협에도 25년만에 하원의장으로서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 역시 이런 정치적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대만 방문 후 성명을 내고 " "세계 지도자들이 대만에 방문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안보 측면에서 우리는 대만이 침공에 대항해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국 의회의 지속적인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을 포함해 미국 정치인이 대만을 방문하는 건 이달 들어 다섯 차례나 있었다.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화의원간담회' 회장인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도 대만 땅을 밟았고, 캐나다 의회 대표단도 오는 10월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에 맞서 고강도 실사격 훈련을 대만 인근에서 벌였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근 훈련의 빈도는 잦았다. 미중은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와 '대만 독립 지지'를 위한 살라미 전술을 벌이고 있다고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양측 간 대립이 극히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덴파사르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서 만나 반가워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덴파사르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서 만나 반가워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결심 자극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민족 통일을 위한 중국의 대만 침공 야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과 유럽의 가혹한 제제에도 러시아 경제는 붕괴되지 않았고 전쟁은 반 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공급망 중심인 중국에 대한 각국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관측의 근거가 된다.

다만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디플로매는 중국과 러시아는 다르다며 실제 무력 침공 가능성의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과 중국 견제 등 대만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와 달라 사실상 미국의 참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도 펠로시 의장 방문 기간엔 외교부 성명 등을 통해 반발했을 뿐 직접적인 군사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대만 봉쇄 훈련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직후 시작됐다. 중국도 미국의 이런 시각을 어느 정도 감안,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촘촘히 연결된 중국과 세계 경제의 관계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수십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렇지만 이 연결성은 대만 침공시 이어질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로 중국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14억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에 국내적으로 겪어야 하는 사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디플로매트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이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싸우지 않고 승리(대만통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의 북소리만 울릴 뿐 때를 더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당장 대만 통일은 별로 얻을 게 없는 위험한 장사라는 판단도 있다. 

비록 시 주석이 지난해부터 대만 통일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현재 양안 관계에서 당장 대만 침공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만 경제의 대중 의존도, 대만의 WHA 가입 좌절 등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편적 사례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긴장 국면을 이어가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국내 정치 안정화를 도모하는게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중 관계에서 미국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계기를 만들기보다는 대만 카드를 활용 역내에서 군사력 증가를 꾀하는 한편 내정 간섭 등의 이유를 들어 외교적으로 미국을 공격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최소 2년 혹은 5년 뒤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이 3연임이라는 최대 국내 이슈를 정리한 뒤라는 설명이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도 지난해 10월 "2025년이면 중국이 대만을 완전히 침략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안(중국·대만) 상황은 군생활 40년 이래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미국 내부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최근 의회에서 대만 위협이 지금부터 2030년까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FT에 중국 대만 침공은 추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대만 전문가들은 2024~2025년을 특별히 위험한 시기로 보고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이 2024년 초 대선에서 승리하거나 2024년말 미국 대선, 정치적 공백기 때 시 주석이 무력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다.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의 군용 헬기들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군은 이날 낮,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 AFP=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의 군용 헬기들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군은 이날 낮,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 AFP=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 중국 대만 침공시 여파는?…침공보다는 '대만해협 뉴노멀'에 초점 

시 주석이 3연임이 성공해도 대만 통일에 따른 엄청난 경제·정치적 파고는 시 주석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 혹시라도 미국의 대규모 참전에 따라 대만 점령을 실패한다면 시 주석뿐 아니라 공산당 지도부 자체의 존속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도박이 된다. 

이에 전면 침공보다는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진행한 봉쇄 훈련과 같은 무력 시위와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대만을 괴롭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4~7일, 대만 주변 해·공역을 완전 포위하고 진행한 봉쇄 훈련 이후에도 국지적으로 훈련을 이어갔다. 이른바 대만 주변에 대한 군사적 훈련을 상시화하는 '뉴노멀'을 만들어 언제가 될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왕하이량 상하이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최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아직 평화 통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대외 상황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통일 과정은 언제든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셰린 리 스웨덴 국방대 강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군이 주둔을 일상화하는 것은 대만이 중국의 관할권 아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부"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만에 입장에서는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는 미국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무인기의 대만 진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대만해협의) 온도를 뉴 노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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