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세계로 가는 K-게임]⑥ 엔씨소프트, 1000억 대작 'TL'로 북미 시장 뚫는다

'엔씨의 콘솔 게임' TL, 연내 출시 예고
리니지와 NFT가 만난다?…"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3-14 07:15 송고 | 2022-03-14 16:40 최종수정
편집자주 게임하면 '구멍가게 오락'이나 떠올리던 시대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사행성 논란으로 '매맞던' 게임 산업은 해외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 효자'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노릇도 톡톡히 한다. 'K-게임'의 위상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내수 산업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로 뻗어가고 있는 K-게임의 저력을 조명해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21.01.05 /뉴스1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21.01.05 /뉴스1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를 국내 시장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으며 한국 모바일 시장 성장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으로는 회사의 가치를 지속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젠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
엔씨소프트(엔씨)가 실적발표에서 밝힌 올해의 사업 계획이다. 엔씨의 사업 무게추가 한국에서 '글로벌'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엔씨에게 글로벌 진출은 '숙명'이다. 지난해 신작 '리니지W'로 국내 앱마켓 매출 최정상 자리를 차지했지만, 주가는 지난해 1월 고점(104만8000원) 대비 절반 50% 이상 빠진 45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보여달라는 시장의 명령을 받아든 것이다.

엔씨가 꺼낸 글로벌 공략 무기는 두 가지. 'TL' 그리고 '리니지W NFT 버전'이다. TL은 지난 10년간 개발비만 1000억원 이상을 쏟은 '초대작'이다. 리니지W NFT 버전은 엔씨소프트가 선보이는 첫 '블록체인 게임'이다. 한국 게임업계 맏형이라 불리는 엔씨의 도전에 사우디 '오일 머니'도 8000억원을 베팅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엔씨의 콘솔 게임' TL, 연내 출격 선언

엔씨가 꺼내든 첫 번째 글로벌 공략 무기는 'TL'이다. 엔씨가 지난 22일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당사는 현재 차세대 신작 'TL'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할 만큼 그 중요도가 상당한 작품이다.
TL은 엔씨가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그야말로 '초대작'이다. 엔씨는 지난 2011년부터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인 '리니지 이터널'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7년간 7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엔씨는 지난 2017년 돌연 '리니지 이터널' 개발을 중단했다. 당시 진행된 비공개테스트(CBT)에서 이용자들에게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일부 개발진을 교체하고 새롭게 '프로젝트TL' 팀을 꾸렸다. 지금까지 프로젝트TL 개발에 투입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핵심은 TL이 PC 뿐만 아니라 '콘솔'까지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콘솔 게임의 인기가 높은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인 것. 출시 예정 시기는 올해 4분기다.

엔씨는 지난 15일 TL의 약자는 '더리니지'(The Lineage)가 아닌 '트론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 과정에서 리니지의 후속작이 아닌 '신규 IP'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TL을 필두로 나날이 커져가는 글로벌 콘솔 게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향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엔씨소프트 PC·콘솔 신작 'TL' (유튜브 캡처) © 뉴스1

◇ 리니지와 NFT가 만나면?…3분기 출시 예고


엔씨가 꺼내든 두 번째 글로벌 공략 무기는 '리니지W NFT 버전'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리니지W는 엔씨가 4년간 극비리에 개발한 '야심작'이다. 출시 이후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엔씨의 새로운 '캐시카우'에 등극했다.

엔씨는 리니지W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NFT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NFT 게임은 아이템 및 캐릭터를 'NFT'(대체불가능한토큰)로 만들어 이용자간 거래를 지원하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NFT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 P2E(돈버는 게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리니지W와 NFT의 결합은 그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연령대가 높고, 아이템 강화 성공 확률이 극도로 낮은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 게임내 최고가 제작 아이템의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게임 아이템의 원조'라 불리는 리니지에 NFT 기술이 도입되면 그 영향력은 상당할 수 있다.

리니지W NFT 버전은 오는 3분기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NFT 기술 적용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중이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도록 접근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 글로벌 전진기지는 '엔씨웨스트'

한편,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8000억원 규모의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들였다. 엔씨의 글로벌 도전에 '오일 머니'가 반응한 것이다. 중동의 오일 머니가 한국 게임사가 거금을 베팅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는 엔씨의 글로벌 사업은 북미·유럽 법인 '엔씨웨스트'가 이끌어 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엔씨웨스트는 엔씨가 지난 201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설립한 해외 법인으로, 김택진 엔씨 대표의 아내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이끌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엔씨웨스트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작년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 엔씨의 북미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실제 엔씨웨스트가 서비스 중인 '길드워2'의 연간매출액은 무려 740억원으로 1년새 20% 가량 급증했다. 엔씨의 북미·유럽 매출 총계도 지난 2020년 944억원에서 지난해 1142억원으로 17% 증가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실적발표에서 "현금 보유가 2조2000억 정도 있다"며 "현재 내부의 투자 전담 조직을 통해 적극 검토중이며, 해외에 설립된 법인 '엔씨웨스트'가 글로벌 M&A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ukgeu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