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 8.9조 '역대 최대'…AI·반도체·로봇에 자본 몰렸다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8조8676억원…2022년 호황기 넘어 역대 최대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 56.4% 증가…비수도권도 104.7% '껑충'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모태펀드 장기·스케일업 투자 업계 간담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9 ⓒ 뉴스1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가 9조 원에 육박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반도체·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대형 투자가 이어진 데다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도 크게 늘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세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9일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결성 동향'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한 8조 867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벤처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 상반기 실적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상반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도 8조 436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0%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2022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출자자별로는 정책금융 출자가 58.3%, 민간 부문 출자가 28.1% 증가했다.

특히 금융기관의 출자액이 2조 6061억 원으로 54.9% 늘었다. 지난 3월 은행의 정책 목적 벤처펀드 출자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기존 400%에서 100%로 낮아진 것이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를 늘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AI·반도체·로봇에 투자 집중…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56% 증가

업종별로는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금이 집중됐다.

상반기 벤처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업종은 ICT서비스로 1조 8600억 원이었다. 전체의 21.0%를 차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62.2% 증가했다. 전기·기계·장비는 1조 5359억 원으로 90.4% 늘었고, 바이오·의료는 1조 5041억 원으로 53.6% 증가했다.

특히 ICT제조 분야 투자가 1조 14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3% 급증하며 비율로는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칩, 휴머노이드 등 반도체·로보틱스 분야에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가 이뤄지면서 투자 증가를 견인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업력 7년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는 4조 20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0% 증가했다. 투자받은 기업 수도 1221개사로 14.6% 늘었다.

이중 특히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1조 82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했다. 투자받은 초기 기업 수도 643개사로 28.9% 늘었다.

이는 AI·반도체·로보틱스 등 딥테크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부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대형 투자를 유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 100억 원 이상의 대형 투자를 받은 초기창업 기업 16곳 가운데 9곳이 AI·로보틱스 분야 기업으로,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6개사 총합 4218억 원 중 3153억 원에 달했다.

신한·하나·KB·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2026.4.30 ⓒ 뉴스1 김민지 기자
수도권 쏠림 여전하지만…비수도권 투자 105% 증가

지역별로는 여전히 수도권 투자 집중 현상이 이어졌다. 다만 비수도권 벤처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수도권 벤처투자는 3조 9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9%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 투자가 1조 2494억 원으로 106.9% 늘었다. 판교 테크노밸리 등 AI 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 벤처투자는 1조 6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7% 증가했다. 비수도권 가운데서는 대전이 4359억 원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기술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명과학·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에서 대형 투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충북 역시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중심으로 바이오·정밀화학 분야 투자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43.9% 증가한 1012억원을 기록했다.

벤처투자 기업 고용 11% 이상 증가…청년 비중 60% 넘어

중기부가 최근 3년간 벤처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고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투자 유치 이후 고용은 매년 11% 이상 증가했다. 투자 유치 기업의 고용은 투자 유치 전후로 2023년 11.3%, 2024년 11.0%, 2025년 12.1% 각각 증가했다.

특히 투자 유치 이후 증가한 고용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9.7%, 2024년 61.9%, 2025년 62.4%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는 벤처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 세제 혜택 대상 기업의 업력을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벤처투자회사 등의 주식 양도소득 비과세 일몰 기한을 삭제해 벤처투자에 대한 양도소득 비과세 혜택을 상시화하고, 인구감소·인구감소관심지역에 소재한 벤처기업에 내국법인이 직접 출자할 경우 법인세 세액공제율도 기존 5%에서 7%로 높일 방침이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이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나며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벤처투자 확대가 창업·벤처기업의 혁신성장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모태펀드의 모험자본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고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