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90% 넘게 부풀린 코인 운영사…금융위, 수사기관 통보

API 활용 초단기 시세조종 3건 등 불공정거래 4건 조치
친형제끼리 시세조종 혐의…차명 계정 동원한 사건은 고발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 거래량의 90% 이상을 가장매매로 부풀려 거래소 상장 유지와 대형 거래소 추가 상장을 노린 운영사 임직원들이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금융당국은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민 시세조종 혐의 사건 3건도 적발, 2건은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1건은 고발 조치에 나섰다.

금융위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4건의 혐의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3건은 자동 매매 프로그램(API)을 이용한 시세조종, 1건은 가상자산 운영사 임직원의 가장매매 혐의다.

가장매매 사건은 가상자산 운영사 임원이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하고 차명 계정을 통해 거래량을 부풀렸다. 이들은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을 시도했으나 거래량 부족 등의 이유로 실패하자, 중형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상장했다.

이후 다수의 법인 임직원 계정을 동원해 매매를 체결시키는 방식으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다. 혐의자들이 부풀린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중형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대형 거래소 상장을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 재단은 조세 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실제 발행·운영은 혐의자들이 설립한 국내 법인이 담당했으며, 백서에 기재된 재단 관련 주요 인물도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이 사건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나머지 세 사건은 거래 화면을 통해 일반 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한 시세조종 혐의다. 그중 두 사건은 친형제 관계인 두 혐의자가 각각 API 매매를 반복해 매수세를 유인하고 지정가 고가 매수 주문을 통해 시세를 끌어올렸다. 당국은 두 사건의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들은 호가창에서 거래가 계속 체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호가창 반짝임 효과'를 노렸다.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보유 물량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얻었다.

별도로 고발된 사건은 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려고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했다.

혐의자는 본인 계정으로 지정가 고가 매수 주문을 통해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타인 계정으로 소액 시장가 매매를 반복해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미리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걸어둔 뒤 가격을 올리며 보유 물량을 순차적으로 처분했다.

금융위는 "외관만 보고 추격 매수하면 가격 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설명서와 백서에서 실제 운영 주체, 유통량, 사업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