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콘크리트 파헤쳤다…베네수엘라 대지진, 5만 명 이상 실종

(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사람들이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칩니다. 굴착기도, 중장비도 보이지 않습니다. 구조대가 닿지 못한 곳에서 주민들은 맨손으로 가족과 이웃을 찾습니다.

두 차례 강진 이후 베네수엘라의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당국은 현재까지 최소 188명이 숨지고, 1,520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실종자는 157명,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도 2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번 지진은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을 잇달아 강타했습니다. 먼저 야라쿠이주 산펠리페 인근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고, 불과 40초 뒤 유마레 남동쪽에서 규모 7.5의 더 강한 지진이 이어졌는데요. 1900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습니다. 강진 이후에도 20여 차례의 여진이 곳곳을 뒤흔들었습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공휴일이었는데요. 집에 머물던 주민들은 건물이 흔들리자 가족과 반려동물을 안고 거리로 뛰쳐나왔고, 일부 건물은 불과 몇 초 만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수도 카라카스 인근 해안 지역인 라과이라주입니다. 정부는 라과이라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지만, 현장에서는 장비 부족으로 구조 작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주민은 로이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있지만 장비가 없다”며 “고층 아파트였던 콘크리트 더미를 옮길 굴착기가 부족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24시간 응급 근무를 이어가던 의사는 “혈압계, 거즈, 진통제까지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가스 공급을 끊은 뒤에도 널브러진 건물 잔해에서는 밤새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은 거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색·구조 작전을 총괄할 고위급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건을 위한 초기 자금 2억 달러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군은 라과이라에 야전병원을 배치하고 있고, 지방 당국은 학교와 야구장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도울 수 있으며 도울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유엔 인도주의 기금에 1억 달러를 내고, 현지 구호단체에도 5천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도 피해 평가와 부상자 수색,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항공기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프랑스,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카타르 등에서도 구조팀이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고, 중국과 브라질 등도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이 맞닿는 지진대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에도 1812년 약 3만 명이 숨진 대지진과 1967년 240명이 사망한 강진을 겪은 바 있는데요.

이번 지진은 수년간의 경제난과 정치 혼란으로 기반 시설이 약해진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초인플레이션과 전력난, 의료 시스템 붕괴가 이어지는 가운데 1세기 만의 최강 지진까지 덮치면서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여진으로 약해진 건물이 추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베네수엘라 전역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지진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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